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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번역한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 “자연과 존재, 눈 틔워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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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번역한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 “자연과 존재, 눈 틔워준 책”

이설 기자 입력 2019-08-06 14:59수정 2019-08-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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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은 저의 지적 영웅입니다. 이 흥분을 모두와 나누고 싶습니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48)는 읽고 쓰고 나누는 진화학자다.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책과 강연으로 경계의 지식을 적극 알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그의 사무실은 온통 책이었다. 과학서부터 독서법까지, 신들린 듯 펴낸 저서 더미에서 그가 비범한 외양의 책을 뽑아들며 눈을 반짝였다. 최근 그가 번역한 다윈(1809~1882년)의 ‘종의 기원’(사이언스북스·2만2000원)이었다.

-왜 지금 ‘종의 기원’인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이 함께하는 다윈 포럼이 2005년부터 준비해온 다윈 선집 시리즈 ‘드디어 다윈’의 첫 번째 책이다. 2009년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맞아 펴낼 계획이 늦어졌다. 1859년 출간 이후 1872년까지 모두 6번 개정됐는데, 국내 번역서는 대부분 마지막판을 다뤘다. 초판을 진화학자가 번역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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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을 선택한 이유는?

“포럼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6판과 1판 간 경합이 뜨거웠다. 초판은 당대 반응을 반영하지 않은 이론이고 6판은 생각의 완성에 가깝다는 논리였다. 개인적으로 2판을 주장했다. 소심한 다윈이 거듭 고쳐쓰기 전 원형의 이론에 오탈자만 잡아 완성도가 높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한데 2판도 초판과 판이하게 달라서 초판을 택했다.”

-‘종의 기원’ 출간 당시엔 여러 차례 고쳐 쓰는 게 일반적이었나.

“다윈은 소심한 편이라 비판에 일일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학계 반응에 대한 변을 담아 다시 고쳐 썼던 거다. 지금같았으면 그는 파워 블로거가 됐을 거다. 댓글에 일일이 답하며 소통하지 않았을까?”

-번역에서 특히 신경쓴 부분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한국어로 잘 읽힐 수 있도록 다듬는데 공을 들였다. 다윈의 시대에는 한 페이지가 넘어갈 정도로 긴 만연체가 유행했는데, 이 때문에 한국어 번역본도 어렵게 느껴졌다. 포럼 회원들과 토론을 거쳐 ‘생존경쟁’을 ‘생존투쟁’으로 고치는 등 용어도 대폭 수정했다.”

-‘종의 기원’이 주는 흥분을 모두와 나누고 싶다니, 도전 의지가 솟구친다.

“자연과 존재에 대한 눈을 틔워준 책이다. 복잡하고 정교한 자연세계를 설명할 길이 없었는데, 다윈이 자연선택이라는 매커니즘을 제시한 거다. 개인은 거대한 생명이 나무에서 뻗은 하나의 가지에 불과하며, 우연과 우연이 만나 빚은 운좋은 생명체임을 일깨운다. 인간에 대한 이해로 이끄는 책으로, 성경에 버금가는 힐링이 있다고 생각한다.”

-‘종의 기원’ 이후 진화학의 흐름은?

“한 이론의 역사는 300년을 주기로 돌아가는데, 다윈의 이론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현대의 생물학은 다윈 진화론의 패러다임 위에서 작동한다. 유전자 중심으로 진화학을 설명한 ‘이기적 유전자’ 등 후속 이론이 나오고 있다. 진화윤리, 전화심리, 진화경제 등도 등장했다. 전례 없이 생산적인, 겨자씨 같은 학문이다.”

-다윈 찬양론자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다윈은 지적인 영웅이자 애정하는 영웅이다. 다윈은 한 분야에 성실히 임하다 보니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따개비만 8년을 연구했다. 천재성을 타고난 영웅은 멀게 느껴지는데 다윈은 그렇지 않아서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이론치고 덜 알려진 것 같다.

“종교적인 이유가 크다고 본다. 우생학,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한다는 오해도 받았다. 경쟁을 대놓고 이론으로 소개하는 것에 대한 견제도 없지 않았다. 사실 다윈은 경쟁만큼 협력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았다.”

-인문학 성향이 강한 과학자인가, 과학 성향을 지닌 인문학자인가.

“양쪽을 오가며 활동한다. 늘 경계에 있었기에, 주변에서도 ‘과학자냐, 철학자냐’고들 묻는다. 정체성을 깊이 고민한 끝에 어느 순간 진화학자라고 스스로를 명명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통섭의 시대에 학문의 경계를 가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

-지난 10여 년 간 과학담론이 빠르게 부상했다.

“과학은 물질 조건에 기여하고 생활의 편리를 돕는 학문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는 점이다.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건, 확립된 절차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9.11 테러 이후 과학자들이 도덕 윤리 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서, 합리적 객관적으로 사고하려 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과학자들의 시각이 남다른 점은?

“과학자들은 가장 최신의 이야기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옛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했는데, 과학은 최신의 렌즈로 사회성을 탐구한다. 영장류학, 뇌과학 등으로 사회성을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거다. 인문사회과학에서 다루던 주제가 과학 쪽으로 넘어온 셈이다.”

-글과 말이 동시에 되는 과학분야 학자로 손꼽힌다. 독서에 대한 책도 펴냈다.

“어린 시절 독서와 거리가 멀었다. 과학고 시절 저자와 글쓰기의 중요성에 눈을 떴고, 연애편지와 교회 주보를 쓰면서 ‘쪽글’로 글쓰기 기초를 닦았다.(웃음) 대학원 시절 독서의 재미에 눈을 떴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책벌레였던 인사들을 보면 은근히 콤플렉스도 느낀다. 하지만 독서에 늦은 때란 없다. 독서를 하면 실제 뇌가 변하고, 성격과 인생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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