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없이 쾅…황의조, ‘장점’으로 부담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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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6일 0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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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가 유럽무대 첫 골을 신고했다. 자신의 장점이 잘 드러났던 장면이다.  (보르도 트위터) 2019.7.21/뉴스1
황의조가 유럽무대 첫 골을 신고했다. 자신의 장점이 잘 드러났던 장면이다. (보르도 트위터) 2019.7.21/뉴스1
“황의조는 꾸준하게 잘 성장한 케이스다. 이런 유형의 스트라이커가 갑자기 만들어지긴 어렵다. 특히 주목할 것은 어느 위치에서든 슈팅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황의조가 김학범호에 승선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펄펄 날고 이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서도 높은 결정력을 과시하던 2018년 늦가을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전한 칭찬이다.

최 감독은 “난 현역시절 박스 안에서 공을 잡으면 주위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한 뒤 “스트라이커라면 그런 본능, 욕심이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 본능과 욕심이 발휘되는 기본 전제가 바로 슈팅이고 그런 측면에서 황의조는 장점이 많은 킬러다. 그 긍정적인 모습이 유럽에서도 나왔다.

프랑스 리그1 지롱댕 보르도 유니폼을 입고 유럽무대 도전에 나서는 황의조가 데뷔골을 터뜨렸다. 황의조는 5일 오전(한국시각)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제노아(이탈리아)와의 프리시즌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후반 16분 교체 아웃될 때까지 약 61분간 필드를 누볐다. 그리고 특유의 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포를 가동, 홈 팬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전반 36분 박스 안에서 찬스를 잡은 황의조는 수비수가 앞에 있는 상황에서 빠르고 간결한 움직임으로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해 제노아 골망을 흔들었다. 딱 황의조다운 움직임이었다.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슈팅으로 연결하는 스트라이커다운 욕심을 지닌 황의조는 유럽에서도 그 본능을 발휘, 첫 득점을 신고했다.

최용수 감독 박수에 이어 지난 2017년 12월의 일화를 추가한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만난 한 일본 기자는 황의조 이야기에 거침 없이 칭찬을 쏟아냈다. 황의조가 J리그 감바 오사카 소속으로 뛸 때다. 그는 “황의조는 어떤 각도에서든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라면서 “일본 공격수들은 그런 능력이 없다”고 칭찬했다. 최 감독이 말한 것과 맥락이 같은 이야기였다.

과거 황의조는 “경기 중 반드시 꼭 좋은 기회가 온다는 생각으로 기다린다. 그리고 기회가 오면 그냥 골문 안으로만 공을 보내겠다는 마음으로 슈팅한다”는 담담한 뜻을 전했다.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공격수에게 가장 중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득점과 관련한 K리그의 거의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동국은 골을 잘 넣는 법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골키퍼를 보고, 골키퍼를 향해 슈팅을 해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그는 “잘 맞으면 골키퍼한테 가는 것이고 잘못 맞으면 골키퍼를 피해서 들어갈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결국 유효슈팅이 골의 전제조건이라는 뜻이다. 황의조의 각오와 궤를 같이 한다.

이동국은 “후배들은 너무 정확하게 차려고만 한다. 하지만 완벽한 경우가 아니라면 실전에서 정확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일단은 골키퍼를 향해 차는 게 중요하다. 골키퍼가 잘 막으면 막히는 것이지만, 그렇게 차야 누가 실수하든 들어갈 확률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적극적인 슈팅, 망설임 없는 슈팅을 강조한 것인데 황의조가 실천하는 모양새다.

복잡한 계산 없이 찬스가 나면 곧바로 슈팅을 시도하는 스트라이커다운 본능과 건강한 이기심이 황의조라는 공격수의 반전을 이끌었다. 덕분에 ‘그저 그런’ 골잡이에서 대표팀 핵심 공격수로 발돋움했고 이제 유럽진출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자신 있어 하는 퍼포먼스로 첫 득점도 신고했다. 비록 정규리그가 아닌 프리시즌 경기였으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값진 득점이다. 스스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동료들의 신뢰를 끌어내는 단초가 될 수 있는 골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지배했던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전 감독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외계인’은 아니지 않는가”라는 말을 했다. 지금처럼 당당할 필요가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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