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홍콩… 50만명 총파업에 도심 교통대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관제사-버스기사-공무원 등 참여… 항공편 무더기 취소-운항 지연
지하철 전 노선 출근시간 운행 차질
中 웨이보에 선전만 무장헬기 영상… CCTV “역사의 십자가에 못 박힐것”

지하철 ‘게릴라 시위’ 5일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주도로 대규모 총파업이 벌어진 홍콩에서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홍콩 지하철(MTR)의 운행을 방해하고 있다. 20개 산업에서 5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동참한 이번 시위로 열차 운행이 금지되고 도로가 점거돼 홍콩 시내 곳곳이 마비됐다. 홍콩=AP 뉴시스
지하철 ‘게릴라 시위’ 5일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주도로 대규모 총파업이 벌어진 홍콩에서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홍콩 지하철(MTR)의 운행을 방해하고 있다. 20개 산업에서 5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동참한 이번 시위로 열차 운행이 금지되고 도로가 점거돼 홍콩 시내 곳곳이 마비됐다. 홍콩=AP 뉴시스
홍콩의 반중(反中) 정서가 5일 약 50만 명이 참여한 총파업으로 폭발했다. 이날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홍콩과 맞닿아 있는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과 홍콩 사이 바다를 비행하는 중국군의 무장헬기들이 포착된 영상이 올라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항공 관제탑 요원, 버스 기사, 공무원, 금융인, 사회복지사, 교사, 언론인, 자영업자, 예술가 등 각계각층이 참여한 총파업으로 홍콩을 오가는 수백 편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홍콩 도심에서는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이날 홍콩 민항처 항공관제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여 명이 총파업 참여를 위해 병가를 내면서 오전에만 홍콩국제공항에서 출발하거나 공항에 도착하는 비행편 238편이 취소됐다. 캐세이퍼시픽 등 홍콩 주요 항공사 조종사와 승무원 상당수가 파업에 동참했다. 평소 2곳이 운영되던 활주로도 한 곳으로 줄었다.

홍콩 시내버스 노조 소속 기사들도 상당수 병가를 내 파업에 참가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비협조 운동’이라 부른 게릴라식 시위를 통해 지하철, 버스 운행을 방해해 이날 출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시위대들은 센트럴, 침사추이, 몽콕 등 홍콩 주요 도심으로 출근하는 시민들을 막기 위해 주요 지하철역에서 지하철 문이 닫히지 못하게 다리 등으로 걸치고 섰다. 홍콩의 8개 전체 지하철 노선 모두 출근 시간에 운행이 전면 또는 부분 중단됐다. 이들은 홍콩섬과 섬 북부 주룽(九龍)반도를 잇는 해저 터널 입구를 막아 버스 운행도 지연시켰다. 일부 거리의 신호등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5일 오후 홍콩 시내 곳곳에서 최루탄을 발사하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일부 시위대는 대형 성조기를 들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홍콩을 해방시켜 달라”는 팻말도 눈에 띄었다. 앞서 4일 밤에는 시위대가 1997년 홍콩 반환을 기념하는 골든바우히니아 광장의 동상 아래에 검은 스프레이로 “하늘이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 홍콩 독립”이라고 써 중국 정부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5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와 파업을 겨냥해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모두 화를 입는다’는 뜻의 ‘옥석구분(玉石俱焚)’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런 방식은 홍콩을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길로 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중국 SNS인 웨이보에는 선전과 홍콩 사이 바다인 선전만(灣)을 비행하는 중국군 무장헬기와 소형 함정으로 보이는 배들이 포착된 영상이 올라왔다. 중국군이 홍콩 인근인 선전까지 접근해 언제든 홍콩에 투입될 수 있음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날 논평에서 “(시위대가) 응보를 치르지 않는 게 아니다. 아직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표현은 1965년 당시 천이(陳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원 부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홍콩을 거점으로 이용하는 문제’에 대해 “때가 되면 모든 응보를 치를 것”이라며 쓴 말로, 이후 문화대혁명에서 자주 쓰였다. CCTV는 “홍콩을 혼란케 한 미천한 무리들이 역사의 십자가에 단단히 못 박힐 것”이라는 원색적인 표현도 썼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홍콩#웨이보#캐리 람#중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