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 열대야와 함께 우리 곁을 찾아온 손님이 있다. 바로 매미다. 기상청 계절관측에 따르면 서울에선 지난달 19일 매미의 첫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른 날이었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해보다는 4일 늦었다.
여름에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건 당연한 현상이지만 최근 몇 년 새 매미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울고 목소리도 커졌다. 동남아 지역이 원산지인 말매미(사진)가 2000년대 들어 도심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보통 기온이 27도 이하에서 더 많이 활동하던 참매미와 달리 말매미는 27도 이상일 때 75∼95dB(데시벨)로 운다. 주거지역의 소음 기준(주간 65dB, 야간 60dB)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매미 소리는 도심에서 더 기승을 부린다. 기후 변화와 도심 열섬 현상, 열대야가 만들어낸 결과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30여 년 전만 해도 말매미는 보기 힘들었다”며 “서울 여의도와 반포, 잠실 등 오래전에 형성돼 가로수가 풍성하면서 동시에 빌딩도 많아 열섬 효과가 나타나는 도심에서 주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가 져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열대야 현상과 간판과 가로등 빛이 많은 탓에 최근 몇 년 새 매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운다.
말매미와 참매미는 울음소리로 구별할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참매미 울음소리는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오전 4∼9시에 많이 들린다. 수컷이 “맴∼맴∼맴∼” 하고 리듬감 있게 암컷을 부른다. 반면 높은 기온에서 더 기승을 부리는 말매미는 “치이이이이∼” 하고 요란하게 운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음 대역의 주파수는 4∼6kHz(킬로헤르츠)인데, 참매미 소리가 4kHz, 말매미 소리가 6kHz 대역에 속해 소음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최근엔 말매미에 이어 참매미도 고온에 적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참매미 모습을 보기 어려워진 곳도 있다”며 “그러나 서울 열섬 현상을 보이는 지역에선 말매미뿐 아니라 참매미도 많이 보여 달라진 기온에 적응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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