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에 멈춰선 홍콩…항공·지하철·버스 사실상 마비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5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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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편 230여편 결항…운항 노선도 최대 2시간 지연
비협조 운동에 지하철 7개 노선 운행 중단 또는 지연
주요 도로망도 시민들의 봉쇄와 지연 운행으로 '마비'

‘범죄인 인도법(逃犯條例·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5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항공편 230여편이 취소되고 지하철과 버스 운행이 차질을 빚는 등 사실상 홍콩이 멈춰선 모양새다.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는 홍콩 도심 곳곳에서 시위와 행진을 벌이고 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 등에 따르면 홍콩 공항당국은 이날 국제공항 활주로 2곳 중 한 곳만 운영하고 있다. 항공 관제사 20여명을 포함해 민항처 직원 3분의 1이 총파업에 동참해 병가를 내면서 운영 인력이 부족해져서다. 휴가를 낸 민항처 직원들은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보도 국제공항 활주로가 6일 오전 6시까지 2곳 중 한 곳만 운영될 것이라면서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능력이 68편에서 34편으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 현재 캐세이 퍼시픽, 캐세이 드래곤, HK익스프레스, 홍콩항공 등 230편 가량의 운항이 취소됐다. 운항이 취소된 항공편은 당일 출발편 130편, 6일 출발편 19편, 도착편 108편이다.

이날 국제공항에는 1000편 이상의 상업 항공기가 이착륙할 예정이었고, 이중 511편은 출발편이었다. SCMP는 승객들이 이날 새벽부터 공항에 발이 묶여 있여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운항 예정인 항공편도 최대 2시간 이상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결항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캐세이 퍼시픽 주가는 한때 3.13% 하락했다.

시민들이 지하철과 버스 운행을 가로 막거나 방해하는 이른바 ‘비협조운동’을 벌이면서 출근길 교통대란도 발생했다. 총파업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다이몬드힐, 라이킹, 포트리스힐, 위안랑 등 4개 지하철 역사에서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서서 출입문 개폐를 막거나 열차안에서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운행을 방해했다.

총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시민들이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 침사추이, 몽콕 등 도심지역으로 출퇴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앞서 총파업 주최 측은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운행이 지연되더라도 인내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앞서 백색테러가 발생한 위안랑역에는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른바 비협조운동으로 7개 지하철 노선이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 운행되고 있다. 홍콩섬과 홍콩국제국항을 잇는 공항 고속철 노선도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가 오전 10시46분께 재개됐지만 수속이 지연되는 등 정상 운영은 못하고 있다.

버스 운행도 지연되고 있다. 홍콩 버스노조에 따르면 버스 운전사 상당수가 병가를 내고 총파업에 동참했다. 더구나 총파업에 참여한 시민들이 홍콩섬과 카오룽반도를 잇는 크로스하버터널 등 항만 터널을 한때 바리게이트 등을 이용해 봉쇄하면서 버스를 포함한 자동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홍콩 시민들은 주요 도로에서 가드레일과 화물차로 도로를 봉쇄하거나 차량을 느리게 운행하는 방식으로 비협조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이날 오후 1시께 샤틴 지역에서 열린 반정부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진도 시작했다.

홍콩 노총(HKCTU)에 따르면 금융과 항공, 식음료 등 20개 이상 분야에서 50만명 이상이 이날 총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노총 위원장인 캐롤 응은 “이번 파업은 전도시적인 파업”이라면서 “지난 6월9일 시위에 10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업 참가 인원이 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SCMP에 전망했다.

한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파업을 정치 파업으로 규정한 뒤 중단을 요구했다. 그는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거듭 천명했다.

홍콩 행정당국은 각 부처에 휴가자 등 근무자 현황을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홍콩 당국이 특정일에 근무자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익명의 당국자는 SCMP에 전했다.

총파업 주최 측은 앞서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홍콩 공무원들에 총파업 동참을 호소한 바 있다. SCMP는 정부가 공무원들의 연차를 막지 못했고 특정 부서는 직원의 절반 가량이 병가를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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