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괴롭히기’에 비전문가 장관 내세운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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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5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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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이 온라인상의 우호여론 조성을 위해 조직한 ‘자민당 넷 서포터즈 클럽’(J-NSC) 홈페이지 (자민당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일본 집권 자민당이 온라인상의 우호여론 조성을 위해 조직한 ‘자민당 넷 서포터즈 클럽’(J-NSC) 홈페이지 (자민당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참모’라고 불리는 건)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평가받는다면 내겐 기쁜 일이죠. 내가 싫어하는 건 여론을 조작하는 사람처럼 불리는 겁니다. 가장 싫은 건 ‘자민당의 괴벨스’라고 할 때예요. 농담이 아니라 그런 생각으로 일하지 않고, 미디어를 컨트롤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고도 생각지 않기 때문에 그런 평가는 정말로 싫습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의 말이다. 2012년 4월29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다.

최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로부터 촉발된 한일 간 ‘경제전쟁’ 국면 속에서 유독 현지 언론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그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활발히 정책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 소속의 현역 5선 참의원(상원) 의원인 세코는 지난 2016년 8월 장관급인 경제산업상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당과 내각관방 등에서 주로 미디어·홍보 전략을 담당해왔다.

그런 그가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일본 경제산업정책의 최고 책임자로서 수출규제 강화, 화이트국가(수출관리 우대 조치 대상국) 배제 등 ‘한국 괴롭히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의 이번 공세가 단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을 넘어서 다년간에 걸쳐 준비돼왔던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낳고 있다.

세코 산업상은 1962년 11월 오사카(大坂) 출신으로 와세다(早稻田)대 정치학과를 나와 1986년 NTT(일본전신전화)에 입사했으며, NTT 재직 중 파견 형식으로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기업홍보론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회사로 돌아온 그는 정계 입문 전까지 본사 홍보부문 등에서 근무했다.

세코 산업상은 1998년 9월 숨진 큰아버지 세코 마사타카(世耕政隆) 전 참의원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그해 11월 보궐선거에서 자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현재까지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세코 산업상이 자민당 내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2005년 총선(중의원(하원) 선거)를 전후로 당 홍보본부장을 맡으면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선보인 이른바 ‘극장형 정치’가 바로 세코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코는 2009년 자민당의 총선 패배 뒤엔 인터넷 댓글부대 ‘자민당 넷 서포터즈 클럽’(J-NSC) 창설을 주도, 온라인 공간의 우군 확보에 공을 들였다.

세코 산업상에게 나치 독일의 국가대중계몽선전장관 파울 요제프 괴벨스에 비유하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같은 경력 때문이다.

세코 본인은 과거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괴벨스’ 별명을 싫어한다고 했지만, 그는 2006년 아베 총리 첫 집권 땐 홍보 담당 총리 보좌관을, 또 2012년 재집권 땐 정부 부대변인 역할을 하는 관방 부(副)장관을 맡으며 항상 정권 홍보의 최일선에 서 있었다.

특히 이번 일본발(發) 수출규제 논란과 관련해선 “‘수출규제’ 대신 ‘수출관리’란 표현을 써야 한다”며 자국 언론사들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기까지 했다. 세코 산업상의 트위터엔 매일 같이 이번 수출규제 문제와 관련한 자국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세코 산업상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를 “깊이 존경한다”며 “일본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인물은 아베밖에 없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주니치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그런 세코에게 괴벨스 관련 서적을 빌려주면서 “(괴벨스의) 말로가 비참하니까 너도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임기 말 정권 구심력 유지를 위해 한일 갈등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감안할 때 세코는 당분간 경제산업상 본연의 임무보다는 ‘괴벨스’의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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