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환추시보 “한일, 美 총알받이 되지 말라…스스로 타죽을 것” 협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5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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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 국방 장관. 뉴시스
마크 에스퍼 국방 장관. 뉴시스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검토하자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환추(環球)시보가 5일 한국을 겨냥해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협박했다. “미사일을 배치하면 자신이 지른 불에 스스로 타죽을 것(引火燒身)”이라는 원색적인 위협까지 등장했다.

미국이 중거리핵전략(INF) 조약에서 탈퇴한 뒤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제2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인 환추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한국과 일본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 중국과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이 집중적으로 조준하는 목표물이 되지 말고 미국이 아시아를 기세등등하게 압박하는(咄咄逼人) 정책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아시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현재의 상태(現狀)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군사경쟁에 직면하는 것 외에도 지정학적 동요를 일으킬 것”이라며 “이는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 일어난 충격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명백히 공격성 무기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환추시보는 “한국과 일본 어느 나라든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두 나라가 미국을 따라 냉전 구조로 돌아가면 한국과 일본의 이익에 악몽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신문은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한일이 미국을 도와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하면, 중-러 연합이 한일의 국가이익에 대한 보복이 가져올 손실은 미국이 한일을 압박해 발생하는 손실보다 적지 않을 것”이라고도 협박했다.

환추시보는 모바일 소셜미디어 공식계정에 이 사설을 게재할 때는 “한국과 일본 면전에 이 말(총알받이가 되지 말라는 것)을 해야겠다”는 노골적인 제목을 달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아시아 지역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과 관련한 마크 에스퍼 국방 장관 발언이 논란을 빚자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4일 호주를 방문 중인 에스퍼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호주 측 인사들과의 장관급 회의(AUSMIN)에 참석한 이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아시아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적대적 조치라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배치할 것”이라고 답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이제 사거리 500¤5500㎞의 무기를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핵이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거리 미사일의) 시스템 설계와 개발, 실험, 그리고 최종 배치에 이르기까지, 또 배치 지역이 유럽이든 아시아 태평양 혹은 다른 지역이든 간에 이는 역내 충돌을 막는 억지 태세를 제공하고 유지해준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전 세계에서 이런 무기 시스템을 우리의 우방 및 동맹국들과 사용할 때에는 그들의 동의 하에, 그들의 주권과 관련해서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각 나라의 상호 이익에 근거해 결정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또 “이는 우리가 다양한 공동의 안보적 노력에 있어 훌륭한 파트너들과 함께 협력하고 있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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