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일베 ‘에잇챈’, 텍사스 총격범에 “우리 사람” 환호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5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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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온라인상 '여성혐오' 논담으로 인기
개발자 "에잇챈 사회악…이제 폐쇄해야"
사이버 보안 서비스 "에잇챈 서비스 제공 중단"

3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동부 쇼핑단지 내 월마트에서 총기를 난사한 총격범 패트릭 크루시어스(21), 올해 3월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에서 반자동 소총으로 50여명을 사망케 한 브렌턴 태런트(28),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유대교회당(시너고그)에 총을 들고 간 존 어니스트(19).

세 명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백인 우월주의를 찬양하며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을 서슴없이 뱉을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우리나라로 치면 일간베스트(일베) 격인 ‘에잇챈(8chan)’의 사용자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범행 전 에잇챈에 자신의 범행을 타당성을 옹호하는 ‘선언문’을 게시했다.

에잇챈의 이용자들은 텍사스 총격 사건이 일어난 후 “우리 사람(our guy)이 용감한 일을 해냈다”며 환호하는 병적인 증세를 보였다. 또 사망한 사람의 수를 실시간으로 게시하며 총격범을 찬양했다.

5일(현지시간) CNN,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등은 이곳을 ‘극단적’ 혐오를 위한 ‘보편적’인 사이트라고 표현했다.

에잇챈이 개설된 것은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레드릭 브레넌에 의해서다. 모든 사용자가 철저히 익명으로 글을 공유한다. 관리자 규칙이 따로 없어 어떤 내용이든 게시가 가능하다. 다만 미국 온라인법에서 금지하는 아동 성희롱 등 어린이 착취 내용이 포함된 게시글은 바로 삭제조치한다.

이들의 전신은 포챈(4chan)이라는 사이트다. 에잇챈과 달리 포챈은 자체적으로 온라인 규칙을 만들고 이에 어긋한 게시글은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에잇챈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2014년 포챈에서 여성혐오를 일삼는 게이머와 추종자들의 발언과 논의를 막으면서다. 이들은 에잇챈으로 무대를 옮겨 본격적인 여성혐오 담론을 키워갔다.

그리고 5년 동안 에잇챈은 혐오의 대상을 인종으로 확대하고 백인 우월주의를 공고히하는 공간이 됐다.

모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던 개발자 브레넌은 2015년 사이트 운영권을 포기했다.

그는 지난 4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사이트(에잇챈을)를 폐쇄해야 한다”고 밝히며 “대량 살상 소식을 들을 때마다 에잇챈과 관련돼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넌은 “특정 목적으로 사이트를 접근하는 이들 외에 모든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실은 에잇챈 유저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지 유저들이 인식을 하지 못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폐쇄도 쉽지 않다.

브레넌은 “에잇챈의 서버는 전세계에 분산돼 있다”며 기술적 어려움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권을 갖고 있는 온라인 사업자 짐 왓킨스는 돈이 아니라 자신이 그런 사이트의 운영자라는 ‘허영심’을 채우는 사람이다”며 브레넌은 폐쇄까지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그동안 에잇챈에 사이버 보안 서비스를 제공해 온 ‘클라우드 플레어(Cloudflare)’는 5일부터 에잇챈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클라우드 플레어의 최고경영자(CEO) 매슈 프린스는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일에 자신이 독단적인 판단을 통해 에잇챈과의 거래를 끊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프린스 CEO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망중립성을 강조하던 우리 기업의 원칙과는 맞지 않다”며 결정 과정이 상당히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법의 지팡이를 흔들어 인터넷의 모든 나쁜 것을 없앨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에잇챈을 없앨 것이다”고도 말했다.

그는 “우리의 보안 서비스에서 에잇챈을 쫓아내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좋고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공동체 안에서 여전히 존속하며 시간이 흐를 수록 더욱 무법천지로 변할 것이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클라우드 플레어의 보호에서 벗어난 에잇챈은 이제 일반적인 접근이 어려운 ‘다크웹(Dark Web)’의 영역으로 흘러가게 됐다. 구글 검색으로도 찾을 수 없다.

프린스 CEO는 “어떤 것이 더 나쁜 악(惡)인가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깡통을 발로 차서 길가로 내버리고 책임을 지지 않는 자는 과연 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며 “우리는 이를 대처해야 할 절대적인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사실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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