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전 韓배터리…日제재에 손 내민 ‘SK’ 고민하는 ‘LG’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5일 16시 47분


코멘트
© News1
© News1
일본의 수출 제재에 고심하고 있는 LG화학이 기술 유출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분리막’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4대 핵심소재 중에 하나인 분리막을 50% 정도 일본산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사업 시장점유율이 세계 2위권일 정도로 이 분야 기술력을 갖췄다. LG화학으로선 소송전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점이 부담이지만, 배터리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배터리 소재로 확전될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처 다변화를 위한 내부 시나리오 플래닝에 착수한 상태다.

배터리 재료비 45%를 차지하는 4대 핵심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이 대상이다. 대부분은 내재화율을 높인데다가 중국산, 유럽산 등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분리막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용 분리막의 약 50% 내외를 일본의 도레이로부터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막은 배터리에서 전기를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이온만 통과시키는 소재로, 배터리의 안전성을 결정짓는다. 배터리 재료비 원가의 20%를 차지해 양극재 다음으로 비싸기까지 하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은 일본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스미토모, 우베 등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2위권이고 중국에선 상하이에너지, 시니어, 상해은첩 등도 최근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남경 신강 개발구에 위치한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1공장 전경 © News1
남경 신강 개발구에 위치한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1공장 전경 © News1
LG화학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중국산 비중을 늘리는 것 외에는 SK이노베이션 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국내 경쟁사에도 분리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2010년까지만 해도 LG화학은 분리막 수요의 절반 이상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구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직접 경쟁자로 올라서면서 소형배터리에서만 일부 사용할 뿐 전체적인 비중을 크게 줄여왔다.

대신 LG화학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중국사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상해은첩과 시니어 등을 거래선으로 확보하고, 중국산 분리막 비중을 50% 내외로 높였다. 그러나 중국산은 아직 품질 면에서 SK이노베이션 분리막에 미치지 못 해 LG화학의 고민은 커진다.

여기에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중간 정치적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LG화학은 중국의 노골적인 보조금 제재로 중국에서 3년째 내수용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못 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칼날이 언제든 소재분야로 향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배터리 소재로 향할 수 있어 LG화학도 대체 공급망을 찾는데 분주할 것”이라며 “소송이 부담이겠지만 품질도 보장되는데다가, 지리적 이점도 있는 SK이노베이션 분리막을 사용하지 않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역시 SK이노베이션 분리막 품질에 대한 신뢰 면에선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LG화학이 최근 SK이노베이션과 기술유출을 놓고 소송전을 펼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이 소송전 초기부터 내세운 ‘국익 프레임’에 끌려가게 된다는 점도 LG화학엔 부담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LG화학로부터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미국 법원에 제소를 하자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함에 따른 국익 훼손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분리막 사용 여부에 대해 “(일본 제재 가능성이 있는) 품목별 상세 시나리오 플래닝을 수립해 대응하고 있는 중”이며 “소송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으로 구매와 관련해 특정업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