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 통보 D-19…한일, 또 한 번의 갈등 국면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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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5일 1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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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 News1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 News1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의 파기 문제로 한국과 일본의 수출 규제 갈등이 3라운드로 접어들 것으로 5일 예상된다.

일본은 지난달 1일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 등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뒤 지난 2일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하며 두 번째 강공을 가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는 이미 불붙은 한일 갈등 국면에 기름을 부었다.

일본은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를 앞두고 선택지가 있었다. 제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는 한일 갈등 국면을 주도적으로 화해 국면으로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비공개 특사를 두차례 보낸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사실상 무시하며 강경 기조의 수위를 높였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일 양자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으나 여기서도 일본은 실질적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ARF에서 아세안 국가로부터 “화이트 리스트 포함 국가를 늘리지 않고 왜 줄이느냐”라며 ‘공개 망신’까지 감내한 일본의 이 같은 기조는 내부의 정치적 입지에 따른 논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의 재집권 후 우경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 한일 역사 갈등 문제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이번 한일 갈등 사안에 힘입어 아베 정권은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데 이어 아베 총리의 ‘4 연임’도 노리고 있다.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쉽게 먹히지 않는 이유는 이 같은 일본의 내부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국면에서 지소미아 파기 문제는 지금까지의 한일 갈등 국면의 전개와는 다소 다르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소미아 파기의 공은 일단 한국 정부로 넘어왔다. 잇따른 수출 규제 조치가 일본 정부의 결정에 따라 좌우되는 문제였던 것과 달리 지소미아 문제의 경우 일본은 파기에 반대하고 한국 정부가 대일 대응 카드로 다루고 있는 모습이다.

지소미아는 지난 2016년 11월 23일 한일의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으로 체결됐다. 이는 1년 단위로 연장되며 한일 양국은 오는 24일까지 이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게 된다.

그간 별다른 통보가 없을 시 자동으로 연장되는 방식으로 이를 유지해 왔으나, 한일 양국 중 한쪽이 서면으로 파기를 통보하면 연장이 되지 않는 협정인 만큼 정부가 일본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이를 검토하게 된 것이다.

지소미아는 한국보다 일본 정부의 필요성이 더 반영돼 체결된 협정이다. 2016년 당시 북한이 동해로 연이어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느끼고 있던 일본은 미국 측의 정보를 좀 더 폭넓게 공유받기 위한 목적으로 지소미아 체결을 주장했다. 한미간에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이미 체결된 상태이고, 미측이 우리측 정보를 일본에 넘기려면 한일간에도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의 도발이 잦아들며 지소미아 문제는 한일 간 ‘빅 이슈’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도발이 재개된 것과 맞물려 일본도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이해는 물론 내부의 비판적 시선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비핵화 협상의 전개에 따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핵시설 폐기 등의 조치가 이어진다면, 일본으로선 미국으로부터 나올 관련 정보에 대한 필요성이 커질 것은 자명하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한미일 군사 정보 공유는 정치적 결정으로만 파기 여부를 검토하기에는 첨예한 사안임은 물론이다. 한일 양자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 ‘강경 조치’가 계속 이어질 경우 향후 관계 회복 국면에서 복구해야 할 사안들이 늘어나는 것 역시 부담인 것은 분명하다.

공교로운 것은 한국 정부의 결정의 기반에도 국내 여론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여권에서 내년 총선과 한일 관계를 엮어 구상한 전략이 노출되기도 했다. 일본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인 ‘강경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정부는 24일 결정 시한까지 다각적인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는 일본의 ‘외교적 노력’ 여부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일본의 첫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마치 전세가 뒤바뀐 듯한 국면에서 한일 양국의 수싸움이 주목되는 이유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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