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원까지 뚫은 환율…금융시장 불안 계속되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5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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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7개월만에 1200원 돌파한 원·달러 환율
장중 1210원대 후반으로 올라
미·중 분쟁 日악재로 앞으로 상승세 지속
환율 상승, 경제 전반 위축 요인될까 우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돌파했다.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다시 고조된 가운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라는 악재까지 덮쳐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결국 ‘심리적 저항선’까지 뚫은 것이다.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탈을 부추기고, 나아가 경제 전반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198.0원)대비 5.6원 오른 1203.6원에 출발했다.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7년 1월11일(1201원) 이후 2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1일 달러당 원화가 1158.8원(종가 기준)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새 44.8원 가량 치솟은 것이다. 위안화 약세와 연동되며 이날 장중 1210원대 후반까지 오르기도 했다.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에 일본발(發) 악재, 국내 경기 불확실성 등이 겹친 영향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에 따른 달러가치 상승 압력과 미·중 무역분쟁 재확산, 글로벌 경제침체 우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한국 경제성장 기대 약화 등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남아있는 안정 요인은 당국의 시장개입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달러화 강세, 일본의 수출 규제 장기화 등 원화값을 끌어내릴 요인들이 널려있어 앞으로도 환율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분간 당국 방어 등으로 1200원대에서 움직일 수 있겠으나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1220~125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금융 부문에서 한국에 대한 규제를 추가할 수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시 은행부문에서 일본계 자금유출이 크게 나타났고, 2012년 한일 갈등 고조시에도 비은행 민간 부문에서 자금유출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추가 규제 강화가 원화의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목했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원화가 약세일 때 주식시장에서 환차손을 보게 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외국인 자금이탈은 경제 심리를 위축시켜 내수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환율 상승의 수출 증대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회의적인 시각이 많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오히려 수출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최제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강화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이 가중되면서 불안한 흐름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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