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와의 협업에 실패하는 이유[DBR]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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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은 동기가 일하는 데 너무 방해가 돼서요. 부서 좀 바꿔 주세요.”

“저는 영어를 잘해서 혼자 공부해도 충분한데, 왜 동료들과 함께 공부해 시간을 낭비해야 하죠?”

어느 특별한 사무실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관리자들을 만나다 보면 종종 듣는 사례들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즉 이른바 ‘Z세대’다.

사실 40대에 접어든 필자도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관리자들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한숨을 내쉰다. 요즘 애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 조직은 서로 간의 신뢰와 협업이 핵심인데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직원들을 데리고 일을 할 수 있겠냐고 푸념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유가 어찌됐든 Z세대도 조직의 구성원이고 팀원이다. 게다가 이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회사에 입사한 인재이다. 이들의 숨은 능력을 잘 찾아내고 발휘시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관리자의 역할인 것이다.

Z세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Z세대가 회사에 들어오기 전 대학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이들은 팀별 과제를 할 때에도 팀원들과 협업하지 않는다. 팀원들이 각자 역할과 파트를 나눠 진행한다. 자신보다 능력이 뒤처진 사람들을 이끌며 협업해야 하는 상황도 이해하지 못한다. 과제 평가도 누가 어떻게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자신이 납득하지 못한 점수를 받으면 교수에게 찾아가 설명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과에 대한 조급함도 크다. 최근 필자가 참여한 창업 프로그램에 모인 Z세대들 가운데 팀을 결성하고 1∼2주도 채 되지 않아 팀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이디어를 빨리 구체화해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팀원들과 생각이 다를 경우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합(合)’이 더 잘 맞는 팀을 찾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Z세대의 이러한 속성은 이들의 부모 세대 교육 방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1965년부터 1979년 사이에 출생한 X세대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동시에 겪었다. 경제적 양극화를 실제로 목격하면서 부유하지 않은 개인이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 깨닫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녀를 기를 때 아이들에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1등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은 Z세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보다 더 잘나가기 위해 노력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에서는 어떻게 Z세대의 역량을 끌어내 함께 일할 수 있을까. 우선 협업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 기성세대는 협업을 업무의 영역뿐만 아니라 조직생활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Z세대에게 협업의 정의는 업무에 대한 상호 협조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정하고 이 역할을 최대한 잘 수행하기 위해 팀원들과 소통하고 조율하는 것을 의미한다. 팀 전원에게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같이 퇴근하라고 강요하거나, 휴가를 떠나기 전 상사에게 대면으로 보고하기를 요구하면 Z세대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협업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우선 팀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이에 대한 협조를 구해야 한다. 팀원들이 스스로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업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위에서 시키니 한다’라는 말로는 Z세대를 설득할 수 없다. 이 프로젝트가 팀에 어떤 의미가 있고 팀원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 설명해줘야 Z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도 업무 프로세스별, 역할별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구체화해야 한다. 스스로 팀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있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공정하게 평가받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Z세대는 조직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영리한 인재로 거듭날 것이다.

이경민 마인드루트 대표 kmlee@mindroute.co.kr
#z세대#x세대#기성세대#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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