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일자리 전전… 늘 불안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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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창구 두번 내몰리는 취약층

실업급여를 두 번 이상 받는다는 것은 노동시장에서 내몰려 본 적이 있는 근로자가 제대로 진입해 정착하지 못하고 또다시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는 2017년 18만9043명, 2018년 20만1405명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지난해의 67% 수준인 13만5618명을 기록했다.

○ 두 번 이상 실업급여 창구 찾는 60대 늘어


2일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서울 지역 고용센터 실업급여 창구에서는 실업급여를 한 번 받아 본 경력이 있음에도 다시 받으러 온 사람을 적잖게 만날 수 있었다.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센터를 찾은 강모 씨(68·여)는 요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요양원이 문을 닫으면서 올 4월 말 권고사직을 당했다. 강 씨는 3년 전에도 요양원에서 일하다 해고돼 6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았다. 그는 “40대 딸 2명과 같이 사는데 사실상 내가 가장이다. 실업급여를 받고 있지만 불안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며 연신 구인 공고 게시판을 살폈다.

두 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 수급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4년 4만5279명이던 60세 이상 반복 수급자는 2016년 4만9113명, 지난해 5만6412명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엔 3만7709명이었다. 이런 추세면 올해 6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노후 대비가 되지 않은 고령 근로자일수록 취약한 일자리를 전전하다 실업급여 창구를 찾았다. 급식업체에서 1년 계약직으로 일하다 올 2월 실직한 김모 씨(65·여)도 실업급여가 두 번째다. 혼자 사는 김 씨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65세부터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 그는 “최근 허리 수술을 받았지만 몸이 감당할 만큼은 일하고 싶다”며 “다음 달까지 일을 못 구하면 3시간짜리 초단시간 식당 아르바이트라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이들 반복 수급자는 단기 일자리를 거치다 여러 번 노동시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빨간불 켜진 재정, 고용보험료 부담 가중

고용 한파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1300만 명을 넘으면서 올 실업급여 수급자는 사상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올 실업급여 지원 인원 131만 명을 훨씬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실업급여 지원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업급여는 요건만 맞으면 지급해야 하는 의무지출 대상이다.

문제는 실업급여를 대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이다. 국회가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2일 통과시키면서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액이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오르고 지급 기간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30일 늘어난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실업급여 수급자가 빠르게 느는 상황에서 지급 수준이 증가하면 기금 부담이 커진다. 지난해 고용보험기금은 8082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고용보험료율을 현재 1.3%에서 1.6%로 약 23% 올릴 예정이다. 근로자 1인당 연간 4만1000원, 사업주는 42만80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늘어나는 실업급여 지출을 국민 부담으로 지우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불경기 때는 보험료를 그대로 두고 돈을 푸는 효과로 경기 부양을 해야 한다”며 “보험료를 인상해 지급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지 못하고 실업률이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실업률이 빠른 시일 내에 안정화되지 못할 경우 인상될 보험료율로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고재민 인턴기자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실업급여#반복 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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