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가 일자리 뺏어간다” 텍사스 쇼핑몰 총기난사 20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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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소총에 귀마개 쓴 백인남성… 개학시즌 주말 할인 행사장 노려
텍사스 총기난사 24시간도 안돼… 오하이오서도 총격, 최소 10명 숨져
지난 25일이후 총 7차례… 46명 사망… “참을만큼 참았다” 총기규제론 거세

3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월마트 정문으로 총격 사건 용의자인 백인 남성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착용하고 소총을 든 채 들어오고 있다. 이날 그의 총격으로 최소 20명이 숨지고 26명 이상이 다쳤다. 경찰은 그의 소셜미디어 활동 등을 근거로 유색인종 증오 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KTSM방송 화면 캡처
3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월마트 정문으로 총격 사건 용의자인 백인 남성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착용하고 소총을 든 채 들어오고 있다. 이날 그의 총격으로 최소 20명이 숨지고 26명 이상이 다쳤다. 경찰은 그의 소셜미디어 활동 등을 근거로 유색인종 증오 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KTSM방송 화면 캡처
3, 4일 이틀간 미국에서 또 대형 총기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달 25일 이후 벌써 일곱 번째 사건으로 현재까지 사망자만 46명에 달한다. 잇따른 참사로 미 전역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민주당을 중심으로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이민자가 일자리 빼앗아”


3일 오전 10시 40분경 미 남부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 시 동부에 위치한 월마트 매장에 21세 백인 남성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들이닥쳐 소총을 난사했다. 그는 4개월 된 아기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무작위로 총을 쐈고 최소 20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중환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곳에서는 이달 중순 초중고교 개학을 앞두고 학용품을 싸게 파는 ‘백 투 스쿨’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쇼핑객 3000여 명과 직원 100여 명 등 비교적 사람이 많아 인명 피해가 컸다. 매장에서 탈출한 마누엘 우르추르투 씨(20)는 뉴욕타임스(NYT)에 “배에 총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6∼8개월 된 아이도 봤다”고 전했다. NYT는 이날 참극을 ‘대학살(Massacre)’로 규정했다.

크루시어스처럼 행사장이나 쇼핑몰 같은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의도적으로 총을 쏴대는 총기난사범을 ‘액티브 슈터(active shooter)’라고 한다.

경찰은 매장 밖에서 용의자 크루시어스를 바로 체포했다. 월마트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그는 AK-47 소총을 들고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착용했다. 2016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올해 봄 학기까지 댈러스 인근 콜린대에 재학했다. 그레그 앨런 엘패소 경찰서장은 그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성명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 언론에 따르면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이란 이 성명서는 사건 19분 전 극우 성향 커뮤니티 8chan에 올라 왔다. “이민자가 원주민(natives) 일자리를 뺏고 있다” “히스패닉이 텍사스 지방과 주 정부를 장악하고 정책을 바꿀 것”이란 내용이었다. 3월 15일 뉴질랜드 이슬람사원을 공격한 백인 우월주의자 총격범에게 동조하는 내용도 담겼다. 멕시코 후아레스와 국경을 맞댄 엘패소는 인구 68만 명 중 80%가 히스패닉이다.

엘패소에서 비극이 벌어진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4일 중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또 다른 대형 총격 사건이 벌어져 용의자를 포함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NYT에 따르면 4일 오전 1시경 술집과 음식점이 밀집한 오리건 지구 길가에서 한 남성이 223구경 소총을 난사했다. 데이턴 경찰은 “토요일 밤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이 지역에 1000여 명이나 밀집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곧바로 용의자를 사살했지만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용의자의 신원 및 범행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 거세지는 총기 규제론


지난달 25일 캘리포니아주 샌퍼낸도밸리 총격 후 4일까지 미국에서는 무려 일곱 차례에 걸쳐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216일째를 맞은 4일까지 미국 내 대형 총격 사건만 벌써 251번째라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지난달 27일 뉴욕, 28일 캘리포니아, 29일 위스콘신, 30일 미시시피, 이달 3일 텍사스, 4일 오하이오 등 지역도 광범위하다. 3일과 지난달 30일 벌어진 총격 사건 장소가 월마트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월마트는 세계 최대 총기 소매업체이며 설립자 샘 월턴은 유명한 총기 사용 지지자”라고 전했다. 총기 관련 비영리 법인 GVA에 따르면 총기 사건으로 인한 올해 미국 내 사망자만 8700명이 넘는다.

민주당은 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다.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3일 트위터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돼야 하나. 우리가 행동에 나서 만연한 총기폭력을 끝내자”고 주장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너무 많은 가족이 총기폭력 공포를 견디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참을 만큼 참았다”고 가세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 등 다른 주자들도 동조했다. 하지만 미 수정헌법 2조에 무장할 권리가 보장됐다는 이유로 연방 차원의 총기 규제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일 트위터에 “엘패소와 데이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두 곳 모두 경찰 대처가 아주 빨랐다”는 글을 올렸다. 규제 언급은 없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 텍사스#월마트 쇼핑몰#총기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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