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가정보국장 지명 5일만에 전격 철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보분야 경험없는 최측근 지명… 의회 인준가능성 낮아지자 물러서
트럼프 “변변찮은 언론이 모략” 독설… 후임에 스콧-크루즈 의원 등 거론

지난달 28일 자신의 최측근 존 래트클리프 공화당 하원의원(54·텍사스·사진)을 미 국가정보국장(DNI)으로 지명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닷새 만인 2일 이를 철회했다. 정보 분야에 별다른 업무 경력이 없는 래트클리프의 인준 통과 가능성이 낮아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그가 검사 시절 “불법 이민자를 하루 만에 300명 이상 체포했다”고 주장한 이력이 왜곡됐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위터에 “훌륭한 공화당 의원 래트클리프가 변변찮은 주류 언론에 의해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그가 수개월간 중상모략 및 명예훼손에 시달리는 것이 그와 가족에게 얼마나 비참한 일이 될지 설명했다”며 “그가 텍사스 주민과 미국을 대표해 의원직에 남기로 했다”고 철회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자를 곧 지명하겠다”고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트 훅스트라 네덜란드 주재 미 대사,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존 코닌 및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상 텍사스) 등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 미 16개 정보기관을 관장하는 DNI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창설된 미 최상위 정보기관이다. 연방검사, 텍사스주 히스 시장을 거친 래트클리프 의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법무부 산하 텍사스 동부지구 테러 방지 책임자로 일했지만 정보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미 언론과 야당 민주당은 중립적 정보 분석이 요구되는 DNI 자리에 친(親)트럼프 인사인 래트클리프가 앉으면 균형감 있는 정보 분석 및 평가가 어려워진다고 우려해 왔다. 특히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가 다시 미 대선에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비전문가인 그의 발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이 와중에 공화당 일각에서도 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낮게 보자 대통령이 결국 지명을 철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노련한 외교정책 전문가들을 잇달아 경질하고 ‘예스맨’만 발탁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높다. 특히 새롭게 거명되는 인사들 또한 대통령의 의중을 잘 받들 가능성이 높은 공화당 인물들이라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

2017년 3월 취임 후 북한, 러시아 등 핵심 외교안보 사안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해 온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장(76)은 이달 15일 물러난다. 인디애나주 상·하원의원,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독일 주재 미 대사를 지낸 코츠 국장은 올해 1월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비핵화 낙관론을 펴던 트럼프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란, 시리아 철군, 이슬람국가(IS) 대처 등에서도 줄곧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다 경질됐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트럼프#존 래트클리프#국가정보국장#지명 철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