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는 귀가시계’는 옛 말…TV 방송 위협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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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4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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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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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는 귀가시계’라는 말이 있었다. 1995년에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를 본방사수하기 위해 일찍 집에 들어가는 현상을 묘사한 표현이었다. 이제는 본방사수라는 단어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드라마를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간 심심찮게 벌어졌던 TV 리모콘 쟁탈전도 거의 사라졌다. 실시간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전통 방송사 외에 각종 온라인 콘텐츠를 상시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TV 방송사들은 이들에 의해 코너로 몰리고 있다. KBS와 MBC는 양사 모두 올 상반기 적자가 400억 내외로 심각한 상황인데 디지털환경으로의 전환과 소비자들의 시청행태의 변화가 주된 이유다. 라디오가 TV 출현에 의해 비주류 매체가 된 것처럼 드라마, 예능, 영화, 다큐 등 온갖 미디어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이른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의해 TV 방송도 주류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단연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각 국의 미디어 콘텐츠를 중계하고,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도 관여하고 있다. 국내에도 왓챠플레이, 옥수수, 푹, 티빙 등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방대한 콘텐츠와 거센 마케팅으로 국내 업체들의 위기감이 높다. 사람들의 관심도를 의미하는 온라인에서의 검색률을 살펴보면, 넷플릭스가 국내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들어간 온라인 문서 중에서 함께 거론되는 단어들을 살펴보았다. 영화, 드라마, 미드 등 콘텐츠가 보이고, 인터넷, 스트리밍, 노트북, 스마트폰, 와이파이 등 이용에 필요한 도구들에 대한 언급이 상위에 나온다. 그 외에 여행, 주말, 운동, 침대 등의 단어가 나온다. 여행을 가서도, 주말 여가를 보내면서, 또 운동을 하면서도, 침대에 누워서도 넷플릭스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또 ‘정주행’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는데 연작 시리즈를 첫 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계속 시청한다는 의미이다.

넷플릭스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는지 감성표현들도 별도로 살펴보았다. 재미있다, 좋다, 새롭다, 기대된다, 인기있다, 행복하다, 편하다, 다르다, 매력있다, 만족한다, 즐겁다, 흥미있다, 엄청나다, 힐링된다 등 긍정 표현 일색이다. 상당기간 돌풍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실제로 사람들의 방송시청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하고 있다. 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자료에 따르면 ‘본방사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의 공감도가 66.4%나 되었다. 또 ‘앞으로는 TV보다 다른 디지털기기로 방송시청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의 공감도는 무려 78.7%였다. 유료로 콘텐츠 사용 결제 의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52.1%로 절반을 넘었다. 기존 시청행태에 맞춰 세팅된 TV 방송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서둘러야한다. 시간이 별로 없어 보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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