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9월 7일 개막…“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도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4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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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글로벌 박람회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다음달 7일부터 11월10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돈의문박물관마을,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등지에서 열린다. 2017년 ‘공유도시’라는 주제로 제1회 비엔날레가 열린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집합도시’(Collective City).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도시”라는 슬로건도 내걸렸다.

올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는 베를린, 파리, 암스테르담, 뉴욕, 울란바토르, 홍콩 등 전세계 80여개 도시 180여개 기관이 참여한다. 총감독은 건축가 임재용(국내), 미국 시라큐스대 프란시스코 사닌 교수(해외)가 공동으로 맡았다. 지난달 31일 임 총감독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만났다.

―베니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건축비엔날레’가 많다. 왜 서울은 ‘도시건축비엔날레’인가.

“현재 세계에서 건축비엔날레가 100여 개쯤 된다. 초청되는 작가는 대부분 건축가(architect)다. 건물 베이스의 프로젝트 위주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서울비엔날레는 도시문제를 이야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다양한 도시 전문가들이 참가한다. 서울은 오래된 도시이기도 하지만, 급속히 발전한 후발 주자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가장 적당한 도시다.”

―‘집합도시’라는 주제가 좀 어렵다.

“원래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였다. 그런데 점점 규모가 커지다보니까 도로, 지하철, 상하수도 시설 같은 시스템이 더 중요해지고, 사람은 거기에 끼여 사는 느낌이 돼 버렸다. 시스템 중심으로 된 도시를 사람 사는 곳으로 다시 바꾸자는 것이다. 도시는 일반시민이 공평하게 누려야 할 공간이지만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도시’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도시를 만드는 방식은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만드는 톱다운 방식이었다. 이제는 주민들이 먼저 마을을 만들고 전문가가 지원하는 ‘바텀업’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시민과 전문가, 지자체가 집합적인 노력으로 함께 도시를 만들어나간다면, 결과적으로 도시를 공평하게 누릴 가능성이 커진다. 일례로 콜롬비아의 메데인이라는 도시는 마약과 범죄의 소굴이었는데, 산비탈의 열악한 주거환경에 야외 에스컬레이터를 놓고 커뮤니티 공간을 살리면서 안전한 관광도시로 탈바꿈했다.”

―사람 중심 도시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걷기 편해야 한다. 런던 도심에서는 모든 길이 2차선 도로로 좁다. 이처럼 길 건너편에 보행자의 표정을 읽을 수 있고, 부를 수 있어야 돼야 걷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 신도시의 도로는 왕복 8~10차선 대로다. 공원이나 상업지구로 가려면 횡단보도나 육교를 넘어야 하는데 거의 수백m에 하나씩 있다. 격자형 도로가 끝이 안보이게 펼쳐지면 걸을 엄두가 안 난다. 반면 서울 광화문 도심이 회복된 것은 세종네거리에 지상 횡단보도를 설치되면서부터다. 사람들이 지하보도가 아니라 지상 횡단보도로 건너면서 도시풍경이 확 바뀌었다.”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의 문제점은.

“단지마다 펜스로 막아 섬처럼 고립돼 있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도시 전체의 길의 풍경이 끊긴다. ‘집합도시’는 도시 내 소통의 문제를 고민한다. 도시계획을 할 때 주거지, 상업지, 공원 부지로 크게 나누지 말고, 잘게 쪼개서 촘촘히 연결해줘야 한다. 10년 전에는 50~60평대 아파트가 유행이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전체의 30%에 이르면서 협소주택, 공유주택 등 주거형태의 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도시 구조는 변화하는 데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요즘엔 ‘숨은 골목찾기’가 트렌드다.

“수많은 골목들이 떴다가 지고 있다. 외부인이 유입되고,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요즘에는 3,4년을 못 버티는 것 같다. 건물주와 임대인, 지자체가 스마트한 협약을 맺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도 ‘집합도시’의 한 이슈다.”

―세운상가 주변 재개발과 도시 제조업 보존도 논란인데.

“도시는 생물체 같은 것이다. 무 자르듯이 인위적으로 다 녹지로 만들 수도 없고, 경제적인 이슈와 합의점도 찾아야 한다. 세운상가 주변은 어마어마한 삶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아무리 신축건물이 좋아도, 시간이 주는 위대함도 있다. 이번 비엔날레 기간 동안 세운상가에서는 ‘시장(市場)’이 열린다. 많은 시민들이 한양도성 답사, 영화제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축제처럼 즐기시길 바란다.”

전승훈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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