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맞은 홍콩 시위 어디로…수천명 모여 ‘검은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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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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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가 3일 오후 3시(현지시간) ‘경찰의 권력이 너무 크다(警權過大)’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CNN) © 뉴스1
홍콩 시위대가 3일 오후 3시(현지시간) ‘경찰의 권력이 너무 크다(警權過大)’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CNN) © 뉴스1
홍콩의 범죄인 인도조례(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 9주째를 맞은 3일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수천명이 홍콩 도심을 메웠다. 체감온도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습도까지 높았던 날씨 속에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거리로 나온 것이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은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부터 몽콕에 모여 송환법 완전 철회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퇴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가두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에서는 ‘경찰은 너무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 ‘우리 아이를 쏘지 마세요’ ‘미래 권력을 지키자’는 등의 검은 현수막을 든 주최측이 선두에 섰고 시민들이 ‘홍콩, 화이팅(Add Oil·加油)’을 외치며 그 뒤를 따랐다.

같은 시각 코즈웨이 베이에는 경찰을 지지하는 맞불 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가 정치세력화됐다는 정부 측 주장과 달리 이날 시위에는 많은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고 CNN은 전했다. 몽콕 거리는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는 등 축제 현장같이 가벼운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와 11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시위에 참여했다는 한 남성은 CNN에 “폭력사태가 발생하면 집에 갈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아들이 지금 홍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홍콩에 대해 비관적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시위에 나오지 않는다면 마지막 희망의 끈마저 사라지게 된다. 여전히 우리는 거리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이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주최측은 시민들에게 방독면을 나눠주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홍콩 경찰은 그동안 최루탄과 고무탄을 사용해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다.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이반(20)은 “시위 경로가 좁아 경찰에서 벗어날 때 도주하기 어려운데 경찰이 시위대에 폭력적인 방법을 쓸까봐 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 올해 말까지 이 모든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날 저녁에는 수천명의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반정부 시위에 합류하기도 했다. 공무원이 단체로 시위에 참여한 것은 6월 9일 시위 시작 이래 처음이다.

이날 시위에 이어 4일 추가 반정부 시위가, 5일에도 대규모 파업 시위가 예정돼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이번 홍콩 시위를 폭력과 불법으로 규정하며 군 투입과 계엄령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어 당분간 홍콩과 중국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시위에 대해 “홍콩이 22년 전 중국에 반환된 이후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2012년 이래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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