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반격 카드 꺼낼 韓정부, 지소미아 파기 수순 밟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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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본 2차 경제 보복 조치에 강경 대응 선언
지소미아 파기 전략적 선택 아닌 불가피한 선택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한 2일 우리 정부도 반격에 나서기로 하면서 맞대응 카드 중 하나로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가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일본의 2차 경제보복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고 일본 정부에 경고했다.

한일 경제 갈등이 양국 관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안보분야에서도 파열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이라는 공동의 군사적 위협을 두고 안보적 측면에서 상호 협력해 온 양국은 2016년 11월 지소미아에 서명하며 동맹국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일 간 경제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안보 협력의 틀에서 지소미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한미일 안보협력과 북한의 핵 위협,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선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행동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전방위 위협이 가중되면서 지소미아를 재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잃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대화 의지와 미국의 중재 노력에도 일본은 2차 경제보복 조치를 강행하자 더는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지소미아 재검토 목소리가 나오더니 정치권에서 기름을 부었다.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 미국의 중재를 통해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먹히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회담에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를 배제할 경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원인이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거였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일본에) 얘기했다”고 강경한 태도를 나타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강도 높은 경제 보복 조치를 거두지 않을 경우 양국 간 갈등이 안보 분야로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사실상 일본 정부에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소미아는 양국이 해마다 기한 90일 전에 폐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 연장된다. 상대국에 폐기 의사를 통보하는 만기일은 오는 24일이다. 앞으로 3주 동안 일본의 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폐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권을 중심으로 지소미아 파기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사회적 측면이 아닌 안보 영역에서 만큼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안보 분야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한미일 동맹 관계의 틀을 유지하며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소미아를 폐기할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이 틈을 파고든 북중러의 군사적 공동 행동에 대한 대응 능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움직임에 대해 “지소미아는 일본과의 양자 관계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3자 협력에도 밀접히 연계돼 있다”며 “이를 해체하려는 행동은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한 외교분야 전문가는 “한일 간 경제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더라도 북중러의 공동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간 협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며 “지소미아 카드를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맞대응 카드가 아닌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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