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청와대…화이트리스트 배제 D데이 앞두고 “노코멘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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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경
청와대 전경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말씀드릴 게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주재 상황점검회의 내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 청와대와 내각이 총출동한 가운데 2시간 15분 동안 열린 회의의 내용을 청와대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에게 정보가 될 만한 내용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일본이 2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후속 준비 조치에 착수했다. 지난달 1일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로 시작된 한일 갈등이 본격적인 2라운드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 D데이 앞두고 靑 “노코멘트”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한일 갈등 이슈에 대해 일제히 침묵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는 이유지만 일본에 우리의 대응 카드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목적도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현종 안보실 1차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도 참석했다. 단순히 통상 대책만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만약 일본이 예상대로 2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내리더라도 아직 어떤 품목을, 어떻게 제한할지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지 않아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일본이 2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세부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일본 결정은 (2일) 오전 10시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일 일본이 결정을 내리면 이날 오후 2시 문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품목에 대한 단기, 중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4일에는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린다.

관심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2일 직접 메시지를 발표하거나, 주말을 거친 뒤 5일 예정된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발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만약 결정이 내려진다면 2일 문 대통령이 짧은 메시지를 내고, 2일 오후로 예정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까지 지켜본 뒤 대국민 담화 성격의 발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 미국 중재에 마지막 기대 거는 靑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여전히 다른 가능성도 감안하고 있다. 2일이 다가오면서 미국이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신호가 계속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백악관의 기류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조 차관 역시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일) 두 동맹국 간에 원만하게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강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한일 갈등과 관련해) 중재가 됐든, 어떤 자리에서의 만남이 됐든 여러 방안에 대해 저희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막판 극적인 외교적 해법 도출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청와대는 2일 태국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을 만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한일 갈등의 격화가 미국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어떻게든 중재 노력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본이 2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수위를 낮추거나 결정 이후에라도 외교적 해법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공포 되더라도 시행까지 적어도 3주 간의 시간이 있는 만큼 완전한 상황의 결렬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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