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확대 가능성…국가적 역량 결집해야”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1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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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정 STEPI부원장 "국가 차원의 종합적 대응 필요"
'실리콘 웨이퍼·이미지 센서·메탈마스크·분리막' 추가 규제 가능성
김용석 한국화학연구원 센터장 "독자생산 체제 확보해야"

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은 1일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새로운 글로벌 가치사슬과 동북아 분업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회연구회(경사연)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국과연)는 이날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글로벌 산업패권 전쟁과 한국의 기술주도권 강화방안’ 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미중 기술패권과 일본 정부의 반도체 부품 등 대한민국 수출규제로 본격화된 무역갈등으로 나타난 한국의 기술 및 산업 분야의 취약성을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하 부원장은 한국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주도권 확보방향에 대해 발표하며 “외교, 규제정비, 플랫폼 기술개발 등 정부의 역할과 기업의 경영영역을 명확히 구별하고, 적절한 개입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지금의 위기는 시작일 뿐,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일본의 소재 공급 중단이 장기화되면 반도체 공장이 멈춰서는 것도 문제지만, 연구개발이 중단돼 세계 1위 반도체 기술력이 경쟁국에 따라잡힐 여지를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하 부원장은 “일본 수출규제는 일반적 무역 분쟁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정치, 외교적 문제를 통상 제재의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 반도체 핵심소재인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을 집중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조치는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타격은 물론, 글로벌 기술 시장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하 부원장은 “일본의 추가 규제조치에 대한 개별적, 단편적 대응을 지양해야 한다”며 “한국은 선진국 진입에 따른 부품, 소재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가 차원의 장기적,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국내 산업기술계 피해 지원을 위한 단기 대응방안과 획기적인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적 국가혁신시스템 전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부원장은 향후 대일의존도가 높은 전략물자가 추가 수출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본 수입비중 70% 이상인 핵심전략물자는 화학 8종, 기계 4종, 세라믹 2종, 반도체 1종, 금속 1종 등이다.

하 부원장은 “단기적으론 국가핵심기술 등 국가경쟁력에 직결되고 안보관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는 핵심소재, 장비, 부품 등의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경쟁형 연구개발 방식을 확대하고, 혁신지향 공공구매 프로그램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 대응방안으로 ▲국가 R&D 사업구조 개선(기초?원천 R&D 확대, 공공 연구개발의 목적성 강화) ▲창의 선도형 R&D 시스템 구축(미국 DARPA 방식 도입 및 제도·문화 확산) ▲현장지향형 국가혁신시스템 고도화를 제안했다.

한편, 이날 ‘소재부품 분야 취약성 극복방안’을 발표한 김용석 한국화학연구원 고기능고분가연구센터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추가 및 확대 적용 소재로 ▲실리콘 웨이퍼 ▲이미지 센서 ▲메탈마스크 ▲분리막 등을 전망했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의 기초재료다. 일본의 신예츠, 섬코가 각각 점유율 27%, 2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SK실트론의 점유율은 9% 수준이다.

이미지 센서는 스마트폰 등 카메라에 주로 사용된다. 소니의 점유율이 51%다. 국내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가 17.8%, SK하이닉스가 2.7%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확대할 경우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탈마스크는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에 핵심으로 쓰인다. 전량을 일본 DNP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한 메탈마스크에 대한 수출 규제가 적용되면 OLED 패널 생산이 곤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리막은 이차전지 배터리의 핵심소재다. 점유율은 일본의 아사히카세이가 17%, 도레이 15%, 스미토모 6%, W-SCOPE 6% 등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기업 중에선 SK이노베이션이 9%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이어질 경우 이차전지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이밖에 일본의 수출규제 추가 가능 소재 부품으로 ▲방향족 폴리이미디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CVD ▲카메라 모듈용 투명 플라스틱 소재 등이 해당될 것으로 김용석 센터장은 전망했다.

이에 김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국내 레지스트 적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반도체 수급 불안 및 이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미국 주요 기업 역시 생산 차질 등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미국과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중기 대응 방안으로는 소싱다변화를 지원해야 한다”며 “원천기술 보유 해외 기업에 코트라(KOTRA) 등 정부차원의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 대응방안으로 김 센터장은 “독자생산 체제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고난이도 소재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 R&D 및 설비투자를 강화해 기술자립도 제고 및 해외 의존도를 저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재, 공정, 장비 등 supply chain(생산 및 공급 과정)을 포괄하는 통합적 관점의 연구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며 ”기업의 투자계획과 정부 R&D정책의 연계를 강화하고 핵심소재의 대외 의존도를 고려해 정부의 성장동력을 기획 및 선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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