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성범죄자’ 엡스타인 목표는 ‘엡스타인 DNA 뿌리기’?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1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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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자본으로 호킹 박사 등 저명과학자들과 친분
자신의 두뇌와 성기 얼리는 방법 논의도
DNA 관련 사업에 과감한 투자

지난달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자신의 뉴멕시코 지역 목장에서 수많은 여성들을 잉태시키겠다는 계획을 지인들에 여러 차례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DNA를 곳곳에 심어 영구히 보존하겠다는 계획이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엡스타인의 측근을 인용해 그가 수년간 과학자들과 지인들에 이같은 계획을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이를 현실로 실현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그가 현대판 우생학인 ‘트랜스휴머니즘’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것은 확실하다고 NYT는 보도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이란 과학 기술, 약물 등을 활용해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 신념 혹은 운동을 의미한다.

◇ 엡스타인의 돈, 과학자를 유혹하다

NYT가 입수한 문서와 십여 명에 달하는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머리 겔만, 천체 물리학자 겸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호킹,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프랭크 윌첵 등과 접촉했다.

엡스타인의 무기는 바로 ‘자본’이었다. 그는 과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며 친분을 쌓았다.

엡스타인의 지인은 “종종 맨해튼에 위치한 엡스타인의 저택에서 고급 술과 음식이 즐비한 저녁 파티가 열렸으며 이곳에 과학자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은 하버드대의 ‘진화 역학(Evolutionary Dynamics)’ 프로그램에 최소 650만달러(약 77억원) 상당의 기부금을 내고 만찬을 제공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또 다른 제보자는 “엡스타인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컨퍼런스를 열었을 때 다수의 과학자들이 참석했다. 당시 이들은 엡스타인이 전세낸 잠수함을 타고 버진아일랜드까지 이동했다”면서 “이 무리에는 호킹 박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스티븐 핑커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는 “동료인 마틴 노왁 생물학 교수, 로런스 크라우스 이론 물리학 교수 등과 함께 엡스타인의 ‘살롱(사교적 모임)’에 초대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핑커 교수는 “일각에서는 엡스타인이 훌륭하다는 평가도 나왔으나 나는 그가 ‘지능적 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엡스타인은 주의력결핍증이 있는 사람처럼 갑작스럽게 대화의 주제를 바꿨고 재치있는 말로 타인의 관찰을 분산시켰다”고 증언했다.

‘가상현실’이라는 말을 고안해낸 것으로 유명한 컴퓨터 과학자 재런 러니어는 “엡스타인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찾아온 적이 있으나 거절했다”면서 “2008년 그의 미성년자 성매매 논란이 불거진 후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은 다른 사람들이 의아하게 여기는 연구에도 기꺼이 자금을 댔다.

한 과학자는 “엡스타인이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신비한 입자를 식별하는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뜻에 반하는 과학자와는 철저히 등을 돌렸다.

핑커 교수는 “학 학회에서 엡스타인은 기아 퇴치와 빈곤층 건강 관리를 위한 노력을 비난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연구 결과를 인용해 그의 생각이 틀렸다고 반박했다. 엡스타인은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고 얼마 후 하버드대의 한 동료가 내게 ‘당신은 여기서 쫓겨났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나는 엡스타인의 과학자 모임에 한 번도 초대받지 못했다”고 했다.

◇ 엡스타인의 과학자들, 황당한 계획에도 암묵

그의 과학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과학 기술로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트랜드휴머니즘’에 집중돼 있었다.

엡스타인과 친분을 맺어온 과학자들과 사업가들은 “엡스타인은 2000년대 초부터 뉴멕시코 목장에 위치한 자신의 저택에서 많은 여성들을 임신시켜 자신의 아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지로 사용하겠다고 말한 적 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대화가 비밀리에 오고 간 것도 아니다.

한 제보자는 “엡스타인은 자신의 맨해튼 저택 모임에서도, 재계의 모임에서도 이러한 계획을 공공연하게 말했다”고 회고했다. 한 과학자는 “엡스타인이 2001년 타운하우스에서 연 만찬에서 그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과학자 역시 “2006년 엡스타인은 버진 아일랜드에서 콘퍼런스를 주최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에 이같은 계획을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엡스타인의 투자를 거부한 적이 있다고 말한 러니어는 “한 과학자가 엡스타인을 만나고 나서 내게 ‘엡스타인을 만났는데 그가 뉴 멕시코 산타페 외곽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20명의 여성을 한꺼번에 임신시키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고도 발언했다.

러니어는 “그 과학자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엡스타인의 주장은 인간 유전자 강화와 관련된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러니어는 “엡스타인이 마치 자신의 자녀를 낳을 후보를 선별하기 위해 높은 학력과 매력적인 외모를 자랑하는 여성들을 파티로 불렀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과학자들의 모임에 참석한 경험이 있다는 CBS 프로듀서 출신인 대니얼 두브노는 “예쁜 여성들이 테이블에 앉아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엡스타인, DNA 관련 사업에 과감한 투자

엡스타인은 유전자 조작과 자신의 DNA를 영구히 보존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 트랜스휴머니즘 관계자는 “엡스타인과 사람의 몸을 얼렸다가 살려내는 인류 냉동보존 연구에 대해 투자가치 여부를 논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엡스타인은 내게 자신의 두뇌와 성기를 냉동시키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이 버진아일랜드에 설린합 투자회사 ‘서던 트러스트 컴퍼니’ 장부에는 ‘세계 트랜스휴머니스트 협회(現 휴머니티 플러스)’라는 곳에 2만달러를 기부한 내역이 남아있다.

이 협회의 웹사이트에는 “인류의 다음 단계를 구상하는 새로운 세대들에 영향을 주는 것”이 그들의 목표라고 쓰여있다.

엡스타인은 이 협회의 회장인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전문가 벤 거츨에 월급 명목으로 10만달러를 지급했다.

거츨은 NYT의 인터뷰 요청에 “엡스타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언론을 통해 접촉한 그의 이야기는 내 상상을 뛰어넘고 날 상당히 불안하게 한다”고 서면으로 답변했다.

엡스타인과 만났던 과학자들은 입을 모아 그가 인간 게놈 프로젝트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엡스타인은 이 방식이 인간의 어떤 특징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더 우수한 인류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등에 상당히 매료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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