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끝내 접점 못 찾은 한일…확전만 남은 수순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1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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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장관 담판, 간극 확인 성과 없이 끝나
강경화 "양국 관계 엄중한 파장 분명히 이야기"
일본 정부, 내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강행 확실시
우리 정부,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 "대응조치 강구"
한미일 회담서 美 중재 주목…日 변화 가능성 낮아
전문가 "예정대로 가는 수순, 결정 거두지 않을 것"

한일 외교장관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를 놓고 최종 담판을 벌였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소득 없이 끝나 면서 한일관계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또다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1일 오전 8시47분(현지시간·한국시간 10시47분)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논의했지만 양측의 기존 입장만 재확인하며 아무런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고노 외무상은 강 장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중단 요청에도 확답을 주지 않고 기존 입장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이날 방콕 그랜드 센타라 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요청을 분명히 했으나 확답이 없었다”면서 “그것이 실제 내려진다면 한일 양국 관계에 올 엄중한 파장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중단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지만 일측의 반응은 큰 변화가 있진 않았다”면서 “양측 간 간극이 아직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오는 2일 수출 규제 관련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강행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상황을 보면 현재로서는 각의 결정을 추진하기 때문에 상황이 상당히 엄중하고 강경화 장관이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얘기했듯 화이트리스트 배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산케이(産經)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자민당 선대위원장은 2일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결정될 지와 관련해 “100%”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우리 국회방일단과의 면담도 거부했다.

강 장관은 일측이 예정대로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나설 경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 장관은 “내일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원인이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거였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일본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연장을 재검토 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강 장관은 “한일 안보협력 틀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소미아 유효 기간은 1년으로, 기한 만료(8월24일) 90일 전에 어느 쪽이라도 먼저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연장되지 않는다.

한일 양국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오는 2일 성사 가능성이 높은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갈등 국면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정부가 한·일에 “무역을 포함한 관련 문제에 대한 협상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분쟁 중지 협정’을 체결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에 따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한일 갈등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이 적극 관여하더라도 일본 정부의 실질적인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각의 하루 전에 열리는 이번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일본의 추가 보복을 앞두고 양국 간 갈등을 해소할 마지막 기회였지만, 실패로 돌아가면서 한일 갈등 국면이 평행선을 그리며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예정대로 가는 수순인 것 같다. 미국이 나서더라도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결정을 쉽게 거두지 않고 시간을 더 벌려고 할 것”이라며 “화이트리스트가 결정된다고 해서 당장 금수조치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징용문제에 대한 해법에 대해 우리 정부가 답을 안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가 해법을 찾는 쪽으로 외교적 협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지소미아 연장 재검토가 대항카드가 될지 의문”이라면서 “미국에게 일본의 보복조치가 한미일 협력에 마이너스라는 것을 전달하는 의미는 있겠지만 안보 문제를 생각할 때 지소미아를 안 하겠다고 하는 게 적절한 대응인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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