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버린 고객 잡아라”…맥주업계, ‘손님뺏기’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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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일 0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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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에 진열된 일본 맥주 모습.© 뉴스1
롯데마트에 진열된 일본 맥주 모습.© 뉴스1
#1 덴마크 맥주 브랜드 칼스버그는 지난달 29일 신제품 ‘칼스버그 대니쉬 필스너’를 내놨다. 동시에 TV 광고도 시작했다. 3년 이내에 수입 맥주 브랜드 5위에 입성하겠다는 목표 달성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 맥주 불매 운동이 거세게 불고 있는 시기였다.

#2 한 대형마트의 수입 맥주 가판대. 눈에 잘 띄는 코너에 일본산 맥주 대신 프랑스에서 넘어온 ‘1664 블랑’이 자리를 차지했다. 상품의 특성을 써놓은 광고판도 같이 진열돼 있어 소비자 이목을 끌 만했다.

맥주업계가 일본 맥주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에 돌입했다. ‘노노 재팬’의 여파로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 맥주를 기피하고 있는 지금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수입 맥주 상위권을 점령했던 일본 맥주가 퇴각하자 다른 맥주 업체들은 TV 광고를 강화하고 가격할인까지 나서고 있다.

◇ 일본 맥주 판매량 ‘뚝’ TV광고 틀고 신제품으로 시장 공략

1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7월 중순부터 여름 시장 공략을 위해 테라의 새로운 영상 광고를 시작했다. 테라의 모델 배우 공유가 나와 청량감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하이트진로가 2차 마케팅에 돌입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일본 불매 운동이 불기 시작한 직후였다. 영상 제작 시간 등을 고려하면 불매운동을 노린 것으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타이밍 만큼은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국내 맥주 업계는 일본 맥주를 떠난, 아니 버린 고객들이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2018년 7월∼2019년 6월 1년 동안 국내 수입 맥주 판매는 1위는 칭따오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일본 맥주 아사히였다. 지난해부터 아사히는 수입 맥주 주도권을 내준 데 이어 올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시장 1위 오비맥주는 이달 말까지 ‘카스’와 발포주 ‘필굿’(FiLGOOD) 특별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한여름 맥주 성수기에 출고가를 낮추는 것 자체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국산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점유율 회복 적기라고 판단,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테라+참이슬)’ 열풍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하이트맥주는 테라의 새로운 광고 영상과 함께 지난달 발포주 ‘필라이트 바이젠(Filite WEIZEN)’도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 불매 운동 장기전 양상 “틈새 시장 노린다”

다른 수입 맥주 역시 대형마트와 편의점 공략에 나섰다. 수입 맥주 판매대에선 ‘1664 블랑’를 쉽게 볼 수 있다. 광고판이 진열대 바로 앞에 있어 한 번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골든블루도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칼스버그 신제품 홍보에 힘을 실었다. 일본산 맥주를 떠난 소비자 손길을 잡을 수 있는 시점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한 영업 직원은 “상위권 맥주가 사라지면 눈에 잘 띄는 곳에 자사 제품을 깔기 위해 판매처를 매일매일 찾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만큼은 일본 불매 운동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일본의 무역 보복과 유니클로가 촉발한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어서다. 일부에선 연말까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반일 감정에 기댄 섣부른 기업 마케팅은 반대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맥주 성수기인 여름철에 단기적인 ‘출고가 인하’는 유례가 없었다”며 “업체마다 일본산 맥주 불매가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어 틈을 노리는 마케팅이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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