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바꿔놓은 진정한 대량 살상 무기 ‘AK47’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1일 0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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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우주 시대의 무기와 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는데도 AK는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남아 있다. 바나나처럼 휘어진 탄창 때문에 생겨난 익숙한 실루엣은 제3세계 반란과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 전 세계에 깔려 있는 골칫거리인 지뢰와 달리 운송과 수리가 쉽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공격자 집단이 사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AK 덕분에 아프리카에서 쿠데타가 일어났고, 중동에서 테러 공격이 벌어졌으며, 로스앤젤레스에서 은행 강도가 빈발했다. AK는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고, 그 독특한 모양은 우리의 의식 속에서 치명적인 소총의 모습으로 각인되었다.”

‘AK47’은 세계사를 바꿔 놓은 무기의 일생을 다룬다. 이 책은 매년 25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진정한 대략 살상 무기인 AK47을 둘러싼 역사·전술·정치적 이야기를 담았다. 베트남전쟁부터 이라크전쟁까지,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이 소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적한다. 냉전의 가장 파괴적인 유산으로써 AK47이 20세기 중반 이후 전 세계의 군사, 정치, 사회, 그리고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을 짚는다.

AK47 돌격소총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베트남 참전군인들의 무용담에 단골로 등장하는 전설적인 총이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베트남에서 처음 M16을 지급받았는데, 무더운 이국땅의 진창에 굴러도 흙만 툭툭 털어내면 곧바로 발사 가능한 적군의 AK47은 고장이 잦은 미군의 최신형 총기보다 믿음직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비단 한국군에게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었다.

미국과 대결하는 냉전 상황에서 소련은 사회주의권 나라들뿐만 아니라 제3세계 비동맹국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AK47의 특허를 주장하지 않았다. 심지어 설계도면까지 무상으로 배포했다. 이로써 불가리아, 중국 등에서 생산된 저렴한 가격의 정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에 더해 세계 각지에서 복제품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현재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AK는 9000만~1억정으로 추정된다. 이중 절반 이상이 소련 바깥에서 생산된 것이고, 정품의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AK47은 세계 인구 77명당 1명꼴로 보급됐으며, 한 자루 가격이 닭 한 마리 가격에 거래돼 ‘치킨건’이라 불리기도 한다. AK47은 작동이 간단하고 튼튼하다.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값도 싸다. 이로 인해 명성을 떨치며 지난 반세기 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퍼진 살상 도구가 됐다.

냉전 시대 현대사의 모순적인 상황과 우리가 미처 잘 알지 못했던 사실을 AK를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됐다. 1장(제2차 세계대전과 AK47의 탄생), 2장(논에서의 명성, 베트남전쟁), 3장(판도라의 상자, 아프가니스탄), 4장(아프리카의 신용카드), 5장(라틴아메리카에 꽃핀 ‘칼라시니코프 문화’), 6장(미국에 건너간 칼라시니코프), 7장(UN, 미국, 그리고 대량 살상 무기), 8장(숙명의 라이벌, 사막의 AK와 M16), 9장(대중문화의 아이콘) 유강은 옮김, 2만원, 392쪽, 이데아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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