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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 예술가 이선희 씨 “한국 전통 꽃살문양, 세계에 통할 현대적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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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 예술가 이선희 씨 “한국 전통 꽃살문양, 세계에 통할 현대적 디자인”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08-01 03:00수정 2019-08-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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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네모 등 직선형 조각보 만들다 경주 기림사 꽃살문 보고 영감받아
꽃모양 본뜬 곡선형 디자인 선보여
국제보자기 포럼 발표 등 해외 활동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전시된 규방공예 작가 이선희 씨의 ‘경주 기림사 솟을매화 꽃살문’ 보자기 작품. 이선희 씨 제공
조각보는 천 조각을 이어서 만든 전통 보자기다. 세모, 네모 모양의 자투리 천들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보자기가 된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DCF갤러리에서 열린 ‘채윤 이선희 문양시접 조각보전’에서 선보인 작품은 평소 익숙한 세모, 네모꼴의 직선형 조각보와 달랐다. 궁궐이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꽃살문 문양으로 바느질한 화려한 조각보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을 만든 이선희 작가(57·경기도박물관 규방공예학교 강사·사진)는 “2000년도부터 규방공예를 시작했는데 조각보를 ‘흥부 마누라 치맛자락’ 같은 서민적 예술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늘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직선 대신 곡선 모양의 조각 천 시접을 이어 붙여 문양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수년간 아이디어 스케치를 해가며 고민해 왔다.


나무로 조각된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의 실제 꽃살문. 이선희 씨 제공
그러던 중 2016년경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나온 책자를 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의 꽃살문 사진이었다. 나무를 통으로 깎아서 만든 꽃살 문양인데, 반복되는 디자인 패턴으로 조각조각 이어붙인 형태가 조각보와 똑 닮았다. ‘아, 이거구나. 이걸 보자기로 만들어야겠구나.’ 그는 경주 기림사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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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동틀 때 갔는데, 꽃살문의 모양을 보니까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었어요. 처사가 문을 열어젖히고 있었어요. 처사한테 ‘죄송한데, 꽃살문을 보고 싶어서 왔으니 다시 문을 닫아 달라’고 부탁했죠. 안으로 들어가서 실루엣처럼 창호지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면서 또 한 번 감동했습니다.”

그는 “민가에서는 ‘아(亞)자문’ ‘만(卍)자문’ 같은 기하학적 문살밖에 쓸 수 없었는데, 꽃살문은 조선의 5대 궁궐의 정전과 사찰의 중요한 건물에만 쓰였던 귀한 문양”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인정전, 창경궁 명정전, 덕수궁 중화전을 비롯해 내소사, 신흥사, 범어사, 월정사 등 유명 사찰의 매화·국화·연꽃·모란·살구·금강저 꽃살문에서 본뜬 60여 개의 문양시접을 만들었다. 종이접기를 하듯 산 모양, 입술 무늬의 문양시접을 여러 개 바느질해 이어붙이다 보면 매화꽃이 되고, 거북이도 되는 신기함이 그의 조각보 예술이다.

이 작가의 ‘문양시접’은 전통 조각보에 처음으로 곡선 문양을 도입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옛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그는 직접 디자인한 60개의 꽃살문 문양시접을 일반에 공개해 자유롭게 조각보로 만들게 했다. 이 문양시접을 국제보자기 포럼에서도 발표했고, 일본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독창적으로 디자인한 ‘삼잎칠보문양’은 저작권 등록을 하고, 가방과 접시 디자인에 활용한 생활소품도 선보였다.

그는 “한국의 전통 꽃살문양은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현대적인 디자인”이라며 “젊은이들에게 전통을 현대화한 디자인을 개발하면 비전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조각보#꽃살문#국제보자기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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