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8.01’ 어느 틈에 2.92… 끝났다 생각해서 미안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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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부진 딛고 ‘영웅본색’ 양현종

지난달 28일 은퇴식을 치른 ‘2000안타 타자’ 이진영(39·전 KT)은 현역 시절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팬들 사이에서는 ‘야잘잘’이라는 줄임말로 통용된다. KIA 왼손 에이스 양현종(31)의 올 시즌을 보면 이진영의 말이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를 알 수 있다.

양현종은 지난달 30일 인천에서 열린 선두 SK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11승째(8패)를 수확했다. 투구 내용도 눈부셨지만 2-0으로 앞선 6회말 1사 3루에서 노수광을 주루사로 잡아낸 데 이어 2사 2루에서는 김강민까지 견제사로 아웃시키는 노련미를 선보였다.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3.09에서 2.92로 낮아졌다.

2점대 평균자책점은 시즌 초반만 해도 생각조차 하기 힘들어 보였다. 양현종은 3월 23일 LG와의 개막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이후에는 부진의 연속이었다. 4월 말까지 6경기에서 승리 없이 5패에 평균자책점 8.01이었다.

고개 숙인 양현종에 대해선 최근 몇 년간 너무 많이 던진 탓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양현종은 2014년 171과 3분의 1이닝을 던진 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2016년에는 200이닝을 넘겼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에도 193과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한국 투수를 통틀어 최다 투구 이닝이었다.

양현종의 시대도 끝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던 5월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5월 2일 삼성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마수걸이 승리를 따낸 뒤 에이스 본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5월 6경기에서 4승 2패를 거두는 동안 평균자책점은 1.10을 기록했다. 6월에는 4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1.69, 7월에는 3승 1패에 평균자책점 1.38의 호조를 이어갔다.

외국인 투수들이 득세하고 있는 KBO리그에서 현재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토종 투수는 양현종과 SK 김광현(31·2.65)뿐이다.

양현종은 “평균자책점보다 최대한 많이 던지는 것이 목표다. 내가 등판하는 경기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서 불펜 투수들이 무리하지 않게 하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현종의 부활에도 불구하고 KIA는 7월 현재 41승 1무 56패(승률 0.423)로 8위에 머물고 있다. 양현종의 뒤를 받쳐줄 선발 투수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발 듀오 윌랜드와 터너는 각각 7승(6패)과 4승(10패)에 머물고 있다. 둘의 승리를 합해도 양현종 혼자 거둔 승수와 똑같다. 양현종의 존재감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기아 타이거즈#양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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