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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해킹[횡설수설/구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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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해킹[횡설수설/구자룡]

구자룡 논설위원 입력 2019-08-01 03:00수정 2019-08-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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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2일 오전 7시. 미국 동부 해안 지역에서 트위터 아마존 넷플릭스 스포티파이(음원 서비스) 사이트가 동시에 먹통이 됐다. 미 당국은 적대적 국가의 사이버 공격을 의심했지만 진상은 의외였다. 범인은 전 세계 164개국에 흩어져 있는 폐쇄회로(CC)TV 등 평범한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기기들이 해킹 당해 좀비로 변한 ‘미라이 봇넷(botnet)’ 군단이었다.

▷‘봇넷’은 인터넷으로 연결돼 원격 제어가 가능해 로봇처럼 조종될 수 있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미 럿거스 뉴저지주립대의 한 학생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이름 ‘미라이’를 따서 동원한 ‘미라이 봇넷’은 해킹으로 악성 코드가 심어진 전 세계의 IoT 기기들이다.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은 어느 정도 방화벽이나 보안장치가 있다. 반면 CCTV, 비디오 리코더, 대량 생산되는 디지털 프린터 기기, 심지어 다리미나 주전자 등은 IoT화되면 해킹에 취약해 미라이처럼 ‘봇넷 전사’로 둔갑할 수 있다. 스마트홈 사방에 ‘잠재 봇넷’이 널려있는 셈이다.

▷낮 시간 반려견이 잘 있는지 스마트폰으로 보려고 설치하는 홈 CCTV도 ‘IoT 해커’들에게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 해커가 운영하는 ‘인세캠’은 세계 각국 CCTV를 해킹해 생중계하는 사이트를 운영해 오다 2016년 적발됐다. ‘한국의 유치원’ 등으로 키워드 검색도 가능했다. CCTV 해킹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이트들이 한둘이 아니다. 내 집 안의 CCTV를 지구촌 반대편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생체 건강 정보를 의료기관에 보내기 위한 기기를 몸에 부착했다가 해킹당하면 건강 정보가 털릴 수 있다. 스마트 시계를 잘못 차고 있다가는 손가락 움직임이 포착돼 신용카드 비밀번호도 노출될 수 있다. 컴퓨터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해커에게 상시적으로 방 안이 노출될 수도 있다.

▷IoT 해킹은 프라이버시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안전도 위협한다. 미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2015년 GM의 준대형 승용차 ‘쉐보레 임팔라’를 갖고 한 해킹 실험에서 가속, 감속, 방향 전환은 물론이고 연료 등 계기판 정보까지 해커 맘대로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자동차 항공기 등이 불량한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에 조종되는 영화 속 공포가 현실에서 가능해지고 있다. 당장의 확실한 대책은 기기의 인터넷 연결을 끊는 것뿐이란다. IoT가 ‘초연결 사회’를 가져왔지만 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 모를 일이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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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이 봇넷#스마트홈#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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