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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핵심 91%가 일본산인데… 日 규제땐 눈덩이 피해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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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핵심 91%가 일본산인데… 日 규제땐 눈덩이 피해 불보듯”

서동일 기자 , 지민구 기자 , 허동준 기자입력 2019-08-01 03:00수정 2019-08-0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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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파장]日 ‘백색국가’ 2일 결정… 기업들 비상 “요즘 창원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그저 일본 수출 규제 영향권에 놓이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공작기계 부품 납품업체 K사의 이모 대표는 31일 전화통화로 이같이 말했다. 이번 주 초부터 1주일간 공장 전체 문을 닫는 여름휴가 기간이지만 이 대표는 수시로 ‘일본 규제’라는 검색어로 뉴스를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이르면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에서 배제하면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정밀기계, 화학, 배터리 등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작기계를 만들 때 필수로 쓰이는 ‘수치제어반’의 경우 10대 중 9대가 일본 제품”이라며 “베어링 같은 핵심 부품의 일본 의존도도 높아 일본이 마음먹고 수출을 규제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치제어반은 미리 프로그램된 수치와 경로에 따라 기계를 제어하는 일종의 제어장치다. 유럽 기업도 유사한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일본 제품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일본 의존도가 91.3%(2018년 기준)나 된다.

○ 화이트리스트 배제 D-1 “비상”


기계 업종뿐 아니라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바싹 긴장한 상태다. 각 산업협회마다 설명회를 열고 국회와 정부를 오가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는 우방국가에 전략물자(군사 전용 가능성 품목 1100여 개)의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제도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한국 기업들은 개별 제품을 수입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특히 일본 정부가 특정 품목에 대해 고의로 허가를 지연하거나 수출을 불허해도 손쓸 방법이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본이 언제든지 원하는 품목에 대해 수출 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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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계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불러올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주관으로 열린 설명회에서는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일본에서 소재를 수입해 국내 완성차 업체에 모듈화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매일 거래처에서 모든 부품과 소재에 대해 국산화가 가능한지, 우회 수입이 가능한지 물어온다”며 “확실한 정보가 없어 우리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국회를 찾아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자동차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대표적인 미래차로 꼽히는 수소연료전기차의 경우 수소연료탱크에 일본 도레이의 탄소섬유가 쓰이고 있다. 또 부품 업체들이 일본의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만든 차량용 반도체를 활용해 제작한 부품과 모듈 등이 현대·기아차 등에 납품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자동차는 글로벌 공급망이 중요할뿐더러 부품을 대체하려면 설계와 제작, 테스트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 ‘탈일본’ 과제 떠안게 된 중소·중견기업


주요 기업들은 제품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등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들은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전략물자관리원,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일본 수출 규제 관련 기계업계 설명회’ 자리에서도 일본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걱정이 쏟아져 나왔다. 일본산 압력변환기를 연간 5000개 이상 수입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개당 10만 원 미만인 싼 부품인데도 일일이 다 목록을 만들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밀기계 업체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수출 허가를 내줘도 민간 기업이 눈치를 보며 거래를 꺼리거나 시간을 끌면 마땅히 대응할 방안이 없다”고 했다.

서동일 dong@donga.com·지민구·허동준 기자

#한일 갈등#일본 경제보복#수출 규제#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소재부품 국산화#탈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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