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北, 우릴 위협하면 당연히 敵”… 靑, NSC열어 “강한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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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6일만에 또 미사일 도발]靑-軍당국, 北미사일 긴박한 대응

심각한 軍수뇌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61회 KIDA 국방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뒤 심각한 표정으로 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 장관은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또다시 기습 발사한 것과 관련해 기조연설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서욱 육군참모총장, 정 장관,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심각한 軍수뇌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61회 KIDA 국방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뒤 심각한 표정으로 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 장관은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또다시 기습 발사한 것과 관련해 기조연설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서욱 육군참모총장, 정 장관,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북한이 31일 일주일도 안 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또다시 발사하자 청와대와 군 당국은 긴급히 움직였다. 합동참모본부는 미사일 발사 3시간여 만에 이를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했고, 청와대는 5시간여 만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개최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대화 동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 북한 향해 ‘敵’ 꺼내든 정경두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특정한 시간은 오전 8시 40분. 합참은 “우리 군은 오늘 오전 5시 6분, 5시 27분경 북한이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3시간여 만으로, 지난달 25일 발사 당시 8시간여 만에 단거리탄도미사일로 규정한 것에 비해 빨라진 것이다.

북한을 향한 비판 수위도 높였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주최한 국방포럼에 참석해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정 장관의 대북 강경 발언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정 장관은 “북한이 한미 요격망으로 요격하기 힘든 정점고도와 하강 비행고도를 치밀하게 계산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군 안팎의 우려에 대해 “(북한판 이스칸데르가) 우리 (미사일) 방어 자산의 요격 가능 범위 내에 분명히 들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우려를 진화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도 미사일 발사 5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정 실장 주재로 NSC를 긴급 개최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5일 미사일 발사 당시에는 매주 목요일 오후마다 열리는 정례 NSC를 개최했지만, 이번에는 더 빠르게 긴급 NSC를 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NSC가 열리기 전 정 실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

청와대는 NSC가 끝난 뒤 서면 브리핑을 통해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25일에 이어 오늘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우리 군에 대해 관련 동향을 주시하면서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8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역시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 靑 ‘경고’ 대신 ‘강한 우려’ 표명으로 수위 조절

다만 청와대의 이날 메시지는 지난달 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 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청와대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거듭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경고’의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일단 다시 한번 우려 표명을 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이날 북한을 향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한 것과도 온도차가 있다.

청와대의 이런 행보는 군에 이어 청와대까지 나서 강경 메시지를 보낼 경우 북한과의 대화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6월 30일 판문점에서의 북-미 정상회동 및 남북미 회동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비핵화 협상에 뚜렷한 진전이 없지만 계속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도 담겼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날 “상임위원들은 또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역사적인 남북미 3자 정상회동 이후 조성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 재개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25일 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 백악관도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며 아직은 정면 대응 기류를 택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거듭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군은 더 강한 규탄 목소리를 내고,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거듭 대화를 촉구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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