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꾸라지는 경제지표들… 제조업 기반까지 무너져선 안 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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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작년의 반 토막으로 줄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동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56%나 줄어든 6조6000억 원에 그쳤다. 세계 3위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확대되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시장에서의 지위도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추락하는 가운데 국내 제조업 생산능력이 6개 분기째 마이너스여서 더욱 우려스럽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월 제조업 생산능력은 전달보다 0.1% 줄었다. 6개 분기째 감소는 1971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이다.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고 설비투자와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등 복합적인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 실적과 전망이 나쁘니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용정보원은 올 하반기에 주요 10개 업종 가운데 자동차, 금융·보험, 섬유 분야에서 4만8000개의 일자리가 작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다 한일 갈등까지 겹쳐 전반적인 수요와 투자 심리가 가라앉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6.2%로 27년래 최저였고, 일본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0.9%로 0.4%포인트 내렸다. ‘나 홀로 호황’을 이어온 미국도 최근 경기 하방 우려가 나오자 대통령이 나서서 금리 인하를 압박할 정도다.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들의 경기가 지지부진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기업 실적이 나쁘고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면 시설과 인력에 투자하지 않고, 이 때문에 나중에 글로벌 경기가 좋아져도 한국은 따라가지 못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어떠한 경우라도 제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걸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을 늘리고 규제를 혁신해 투자 여지를 확대해주고, 기업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를 하면서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매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한일 갈등#제조업#경제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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