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홍콩,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닮아…견딜수 없다면 홍콩 떠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31일 15시 51분


코멘트

올해 4월 신변위협 느껴 대만으로 피신한 람윙키 씨 인터뷰
2015년 시진핑 관련 책 냈다가 5개월 간 중국에 억류
“홍콩 젊은이들 견딜 수 없다면 홍콩 떠날 권리 있어”

람윙키 씨 인터뷰. 타이베이=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람윙키 씨 인터뷰. 타이베이=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지난달 31일 대만 타이베이(臺北) 한 지하철 역 입구에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여전히 신분을 감추려는 듯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먼 발치에서 본보 기자를 보자 주위를 살피며 조용히 다가왔다. “대만은 홍콩처럼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인터뷰를 위해 인근 공원으로 함께 걸어가는 10여 분 동안 그는 미행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연방 뒤를 돌아봤다.

홍콩 퉁뤄완 서점 주인있던 람윙키 씨(64)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지도부를 다룬 책을 출판한 뒤인 2015년 11월 중국 선전(深¤)에서 중국 당국에 붙잡혀 5개월 동안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모처에 5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홍콩으로 돌아온 뒤 이를 폭로했다. 람 씨의 서점 동료 4명도 각기 다른 곳으로 억류됐다.

람 씨처럼 언제든 중국 당국의 억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홍콩인들의 공포는 올해 홍콩인의 중국 송환을 규정한 ‘범죄인 인도법’을 추진을 반대한 홍콩 대규모 시위의 원동력이었다.
람 씨는 홍콩 정부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올해 4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대만으로 사실상 망명했다. 정치적 망명 관련 법이 없는 대만은 람 씨에 대한 체류 기간을 두 달씩 연장해주고 있다.

그는 계속되는 홍콩의 시위와 홍콩 정부의 진압에 대해 “1980년 한국의 광주민주화운동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의 젊은이들이 죽임을 당할 수 있고 이는 시간문제”라고 우려하면서 “홍콩인들은 저항하거나 시 주석의 의사에 따라 통제당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홍콩인은 저항할 수 있지만 시 주석의 권력이 너무 강해서 홍콩의 장래는 너욱 나빠질 것이다. 마지막 출로는 홍콩을 떠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람 씨는 올해 12월 대만에서 퉁뤄완 서저믈 다시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다음은 람 씨와의 일문일답.

―금서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억류됐다.

“홍콩에는 금서의 개념이 없다. 소위 금서라는 개념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게 홍콩 출판인들이 생각하는 자유이고 인권이다. 금서는 중국 본토에만 있는 말이다.”

―억류 상황을 설명해달라.

“고문은 없었다. 하지만 2015년 11월 재판도 없이 어딘지도 모르는 건물의 독방으로 끌려가 혼자 갇혔다. 중국 중앙에서 나온 특별안건수사팀 소속이라는 자들은 우리가 출판한 ‘지도자’ 관련 서적이 지도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가안보를 위반했고 국가정권을 전복하려 했다는 죄명을 열거하며 내 행동이 개조되지 않았기 때문에 홍콩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내가 갇힌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이는 너무 큰 정신적 압박이 됐다. 자살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벽이 매트로 둘러싸여 있고 천장도 높아 자살하려 해도 할 수 없었다. 자살을 막기 위한 장치로 볼 때 이전에 누군가 자살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신이 붕괴될 정도로 공포가 커졌다.”

―그들이 중국 본토의 당신 서점 독자 정보를 요구했다고 들었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우 이상한 게 억류된 뒤 나를 취조하면서 컴퓨터로 서점의 주문자료를 보여주며 그들과 관계, 그들이 어떤 책을 주문했는지 물었다. 그 자료는 모두 비공개이고 홍콩에는 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법이 있다. 이 자료를 유출하는 것은 불법이다. 홍콩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그들이 홍콩 조직폭력배들을 동원해 서점의 컴퓨터 내부 자료를 복제한 것이었다. 나를 억류한 자들은 홍콩에 나를 돌려보내면서 나를 감시하기 위해 GPS 추적기가 설치된 전원을 끌 수 없는 휴대전화를 주기도 했다.”

―최근 많은 홍콩인들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홍콩을 떠난다

“시위에 참가한 홍콩의 많은 젊은이들이 대만으로 피신해온다고 들었다. 홍콩의 젊은이들이 직면한 것은 홍콩 정부가 아니라 중국 본토 정권이다. 이 문제는 3, 5년이 아니라 10년까지 길어질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견딜 수 없다면 떠날 권리가 있다. 안전하지 않은 곳(고향)을 위해 다음 세대를 희생할 필요가 없다.”

타이베이=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타이베이=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