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광장이 된 ‘광화문 10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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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집회 금지’ 市조례 있지만… 시장 자의적 해석따라 혼란 부추겨
8월 1일 개장 10돌… “화합의 장 돼야”

서울 광화문광장이 다음 달 1일로 개장 1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화합의 장’이 될 거란 개장 당시의 기대와 달리 갈수록 천막농성이나 기습행진 등 정치적 집회가 끊이지 않는 ‘갈등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오후 6시 반경 광화문광장에서는 우리공화당 당원 300여 명이 태극기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 퇴진’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두 줄로 행진하며 “정부는 반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대쪽에선 노란 옷을 입은 사람 5, 6명이 세월호 사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전단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경찰 100여 명은 이들이 돌발행동을 하지 않는지 주시했다. 관광이나 휴식을 위해 광장을 찾은 시민은 5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광장을 찾은 박모 씨(59·여)는 “서울시가 광장을 열 땐 ‘시민의 품으로 되돌린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는데, 지금은 여기에 오면 도무지 숨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민이 평화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광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 조례’에 따라 광화문광장에서는 정치집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서울시가 이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치 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처럼 정치색이 강한 행사도 서울시가 ‘문화제’로 분류해 광장 사용을 허용한 것이 일례다.

10년 전 개장 셋째 날인 2009년 8월 3일 민주당과 참여연대 관계자 등 20여 명은 해당 조례를 폐기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신고하지 않은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시장이 같은 조항을 근거로 특정 단체의 행사를 허용하거나 천막 설치를 불허하는 등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보다 조례가 우선일 수 있느냐”는 의견과 함께 광장 사용 허가를 독립적인 위원회가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광장은 성향과 이념을 떠나 모든 시민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한성희 기자
#광화문광장#개장 10주년#정치적 집회#갈등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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