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날강두’…하루아침 돌아선 팬심에 난처한 지프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30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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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관람권 증정 이벤트·레전드 선수와 팬미팅 등 적극 추진
'불출전' 호날두 선수 향한 분노, 유벤투스 스폰서 지프까지 번져
일부 팬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여론..."지프 구매욕구 사라졌다"
FCA코리아 "경기 위해 최선의 준비했는데...억울하고 속상하다"

‘우리 형’이라는 애정 가득한 별명으로 국내 축구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탈리아 명문 축구팀 유벤투스 FC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하루 아침에 ‘날강두’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개최된 K리그 올스타팀과의 친선경기에서 경기 시간 내내 벤치만 지키며 축구 팬들에게 허탈함과 실망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날 상암월드컵경기장에는 호날두 선수를 직접 보기 위해 방문한 약 6만5000명 관중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국제적인 축구 슈퍼스타 호날두를 향했던 국내 축구 팬들의 환호성이 비난과 야유로 바뀌면서 미국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 지프 역시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프는 스포츠 마케팅을 위해 유벤투스의 메인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프는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팀의 친선경기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과 홍보 활동을 펼쳐왔다.

지프는 지난 10일 소셜 이벤트를 통해 지프를 보유한 고객 15명과 보유하지 않은 고객 10명 등 전체 50명에게 친선경기 무료 티켓과 유벤투스 유니폼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하며 국내 축구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프X유벤투스 마이크로 사이트’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차량 정보를 입력하거나, 직접 준비한 ‘골 세리머니 영상’을 올리는 참가자들 중 추첨을 통해 경기 티켓과 유니폼을 제공했다.

이후 지난 26일 경기 당일 오후에는 유벤투스에서 미드필더와 공격수 등으로 활약한 레전드 에드가 다비즈(46·네덜란드)와 다비드 트레제게(42·프랑스) 선수 등을 초청한 뒤, 서울 신라호텔에서 팬미팅을 개최하며 친선경기를 향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언론사 기자들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두 선수는 참가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단체 기념사진 촬영과 친필 사인볼 증정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처럼 지프는 메인 스폰서로서 친선경기의 열기를 뜨겁게 달구기 위한 모든 사전작업을 마쳤지만, 결과적으로 호날두 선수가 90분 내내 벤치만 지키고 이로 인해 국내 팬심이 돌아서면서 오히려 부담을 떠안게 됐다.

호날두 선수에서부터 시작된 분노가 유벤투스 메인 스폰서인 지프까지 확산되면서 일부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다음 날인 지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차가 예쁘게 생겨서 구매를 고려 중이었는데 어제 유벤투스 경기 내내 유니폼과 스코어 보드 아래 등에 지프 로고가 계속 걸려있는 것을 보니 별로”라며 “지프를 향한 관심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만약 유벤투스 측에서 호날두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최 측에 후반전 10분이 지나서야 통보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속옷 브랜드 CR7은 물론, 지프 상품까지도 불매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CR7은 호날두 선수가 자신의 영문 이니셜(CR)과 백넘버(7)을 조합해 론칭한 브랜드다.

호날두 선수를 향한 축구 팬들의 분노가 갑작스럽게 유벤투스 메인 스폰서인 지프까지 번져나가면서 지프는 “난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포츠 마케팅을 위한 글로벌 스폰서십의 일환으로 해당 활동들을 진행했는데 결과가 안 좋게 나와서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지프 브랜드를 담당하는 FCA코리아 관계자는 “지프는 유벤투스와 글로벌 스폰서십으로 엮여 있는 만큼 유벤투스의 한국 방문을 위해 의전차량 제공과 행사, 광고 등을 진행했는데 여론이 별로 좋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당황스럽다”며 “지금은 조심스러운 입장이고 당분간 상황을 예의주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FCA 본사에서 유벤투스 경기를 위한 행사를 진행하라고 해서 팬미팅 등을 마련하고 최선의 준비를 했는데 결과가 안 좋게 나와서 억울하고 속상한 측면도 있다”며 “불매운동 등에 대해서는 여론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FCA코리아 차원에서 본사에 강력한 항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프는 지난 26일 에드가 다비즈, 다비드 트레제게 선수와 함께 한 팬미팅에 대한 보도자료를 지난 29일 배포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지금은 유벤투스와 최대한 엮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내부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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