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에 삶을 마감한 간호사 서지윤…200일 넘도록 진상규명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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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30일 1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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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지난 1월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지윤씨 카톡(친동생 서희철 제공) © 뉴스1
서울의료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지난 1월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지윤씨 카톡(친동생 서희철 제공) © 뉴스1
“엄마 적금이랑 20 더 보냈어”(서지윤씨 카톡)
“힘들게 벌어서 왜 주는거야? 넌 똑똑하니까 빨리 배울 수 있어. 차근차근해봐 예쁜아. 스트레스받지말고”(엄마 카톡)
“오늘 가서 쪼다처럼 있다 왔지뭐. 어렵다. 말도 못 알아먹겠고 일찍 출근했는데 (일찍출근했다고) 혼남”(남동생에게 보낸 카톡)
“밥도 같이 안 먹어요. 너무 무서워요”(동료에게 보낸 카톡)
“난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없는 사람 취급 ”(친언니에게 보낸 카톡)

◇엄마에게 힘든 내색없이 용돈 보내던 효녀 간호사의 죽음

차마 엄마에게는 힘든 이야기를 못하는 여린 마음을 지녔다. 지난 1월 이후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그가 왜 죽었는지,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여부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서지윤씨가 직장 내 괴롭힘 ‘태움’을 호소하다가 지난 1월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도 200일이 넘었다.

그는 2013년부터 서울시 산하 병원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12월 행정병동에서 간호행정부서로 이동됐으며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속 한번 썩이지 않은, 어디에도 없는 효녀였어요. 생각이 깊은 누나였죠.”

남동생 희철씨(28)에 따르면 누나는 “할머니가 너무 귀엽지 않나?”며 환자(할머니)를 가족처럼 이야기하곤 했던 마음 따뜻한 둘째 누나였다.

서씨는 동료와 친구에게 부서이동 후 괴로움을 재차 호소했었다. 그러던 중 ‘나를 발견하면 우리 병원(서울의료원)으로 가지 말라’, ‘우리 병원 사람들 조문은 안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유서를 남긴 채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서울의료원, 개인정보노출 이유로 교대근무표 등 제출 거부

서씨의 죽음 이후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가 꾸려졌다. 시민대책위의 촉구로 서울시는 3월12일 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시민대책위는 진상조사를 위해 서 간호사와 함께 근무했던 전 부서 동료들과의 심층면접, 간호사 실명이 담긴 교대근무표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서울의료원은 이를 개인정보 노출을 이유로 일부만 수용한 상태다.

시민대책위는 17일 “간호사의 근무표는 본인이 출근해 어떤 일을 어디에서 했는지 소상히 기록된 업무 블랙박스”라며 이를 제출하지 않는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고발장에 따르면 서울의료원은 Δ코드화된 근무표 분석 Δ인사관련자료 Δ근무표와 연계분석할 수 있는 다수 자료들 실명Δ근로시간단축과 관련해 증원 고용된 간호사 별 배치 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들은 30일 서울시청 앞에 모여 재차 김민기 병원장의 면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후2시에는 서울시청에서 진상대책위원회의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변희영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오늘 회의에서) 최소한 김민기 원장의 처벌에 대한 내용이 언급돼야 한다”며 “사고가 터지면 자료를 숨기는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지윤 간호사의 남동생 서희철씨도 이 자리에 나와 “어제 누나가 뿌려진 곳에 어머니가 갔다왔고 7개월이 지나도 가족들에게는 슬픔이 가득하다”며 “(진상대책위원회에서) 유족들이 원하는 권고안을 만들고 서울시장이 책임지고 발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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