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7일 만에 靑 떠나는 조국…‘왕수석’에서 법무장관으로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6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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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文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입성
文의 2년4개월 '최장수 민정수석' 기록은 안깨
文, 내달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할 듯
윤석열과 손발 맞춰 검찰·사법개혁 마무리 중책
野, 인사검증 실패론 등 제기…청문회 험난할 듯
조국 "업무 수행에서 심려 끼친 부분, 내 불민함 탓"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수석’이자 ‘권력기관 개혁’과 ‘적폐 청산’을 주도해 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년 2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권 출범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 곁을 지켜왔던 조 수석은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돼 사법 개혁을 마무리하는 임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 수석은 26일 단행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에서 김조원 전(前) 한국항공우주(KAI) 사장과 바통 터치를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2017년 5월11일 문재인 정부의 첫 수석 인사때 청와대에 입성한지 807일 만이다.

당시 함께 임명됐던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은 각각 지난 1월과 5월 사임했다. 조 수석은 유일한 원년 멤버 수석으로 남아 있었다. 실장급으로 범위를 넓혀도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모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유일하다.

조 수석은 평소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의 재임 기록(2년 4개월)을 넘기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공언대로 2년2개월 여 만에 청와대를 떠나게 됐지만 사법 개혁이라는 중책은 계속 맡게 될 전망이다.

조 수석은 내달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조 수석이 법무장관이 되면 25일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손발을 맞춰 문재인 정부 2기 ‘사정 라인’을 이끌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은 임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국회는 지난 4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했지만 해당 법안들은 여야 대치 상황에 막혀 있다. 특히 최근 여야 협의에 의해 사법개혁특별위원장 직이 자유한국당 쪽으로 넘어가면서 법안의 처리는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조국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카드를 강행한 것은 그만큼 개혁 의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25일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국민들은 검찰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보여왔던 정치 검찰의 행태를 청산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하는게 아니라 민주적 통제를 받으면서 국민들을 오히려 주인으로 받드는 그런 검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세부 계획만 갖고는 충분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공수처 설치라든지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아마 그런 변화 요구에 대해서 검찰 내부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제 는 조직의 논리보다 국민들의 눈높이 등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과 권력기관 개혁 과제를 상징하는 인물이나 다름 없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야당이 인사 검증 실패론을 제기하며 청와대를 몰아쳤음에도 문 대통령이 2년2개월간 민정수석을 교체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조 수석에 대한 신임이 크다는 뜻이다.

조 수석은 법무장관으로 기용돼 검찰 내부의 시스템과 제도를 개선하고 외부적으로는 개혁 법안의 국회 처리에 동력을 살려나가는 역할을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을 보좌하는게 주 역할인 청와대 참모와 달리 법무장관은 직접적으로 정책의 실행까지 책임진다. 조 수석이 사법 개혁의 전면에 서게 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조 수석은 대통령 곁을 조용히 지키는 ‘그림자형 참모’는 아니었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동안에도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자신의 소관 업무 뿐만 아니라 경제·외교·안보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 사태와 관련해서도 40개 가까운 게시물들을 페이스북에 올려 스스로 논란의 중심이 됐다. 비서실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왕수석’이라는 비판도 따라다녔다.

이런 거침 없는 스타일 탓에 조 수석은 야당의 거부감이 가장 큰 청와대 참모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자유한국당은 윤 총장의 임명과 조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은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야당을 궤멸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조 수석이 장관직에 지명되더라도 험난한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이날 청와대를 떠나면서 발표한 ‘퇴임의 변’에서 “민정수석으로서 ‘촛불명예혁명’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하여 법과 원칙을 따라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하였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또한 민정수석의 관례적 모습과 달리 주권자 국민과 공개적으로 소통하면서 업무를 수행했다”고 자평했다.

다만 그는 “업무수행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부분이 있었다. 오롯이 저의 비재(非才)와 불민(不敏)함 탓”이라고 인정했다. 또 “저를 향해 격렬한 비난과 신랄한 야유를 보내온 일부 야당과 언론에 존중의 의사를 표한다”며 “고위공직자로서 기꺼이 감내해야 할 부담이었고, 반추(反芻)의 계기가 됐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발전을 희구하는 애국심만큼은 같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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