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이 키운 獨 차기총리 후보… ‘정치인 무덤’ 국방장관 시험대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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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메르켈’ 크람프카렌바워… 독일 연이은 女국방장관 취임
메르켈 최근 건강 이상신호 위기… 기민당 지지율 회복 등 숙제 산적
WP “英존슨과 함께 유럽 미래 좌우”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57)가 24일 약 55조 원의 예산과 18만 명을 거느리는 독일 국방장관에 공식 취임했다. 그의 전임자 겸 독일 최초 여성 국방장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1)이 새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으로 뽑혀 공석이 된 자리를 이어받았다. 크람프카렌바워 신임 장관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직접 중앙 정계로 발탁한 데다 메르켈의 후임자로도 유력해 ‘미니 메르켈’로 불린다.

○ 55조 원을 주무르는 여자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베를린 연방하원에서 취임 선서를 하며 약 18만 명의 독일 연방군을 통솔하는 수장이 됐다. 취임 일성으로 국방 예산 증액을 언급하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2%인 국방 예산을 2024년까지 1.5%로 올리겠다. 장기적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합의한 2.0%까지 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독일 국방예산은 419억1300만 유로(약 55조1352억 원). 올해 예산은 GDP의 1.36%인 472억2000만 유로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경제 상황에 비해 분담금을 너무 적게 낸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취임 때부터 유럽 각국에 ‘GDP 대비 2%의 분담금’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독일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남겠다. 이를 통해 유럽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 문제를 부각해 기민당의 전통 지지층인 보수 지지층을 달래는 한편,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EU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독일에서 국방장관은 ‘정치인 무덤’으로 꼽힌다. 막대한 예산과 권한을 지녔지만 성과를 내는 일이 쉽지 않다. 역시 ‘메르켈 후임’으로 꼽혔던 토마스 데메지에르 전 장관(2011년 3월∼2013년 12월 재임)은 수억 유로를 들여 감시용 드론 ‘유로 호크’를 추진하다 돈만 쓰고 중단해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도 예산 낭비 논란에 시달렸다. 2013년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재임한 그는 국방 예산을 대폭 늘렸지만 정작 독일 군 전력은 크게 약화됐다는 사실에 비판을 받았다. 올해 한 보고서를 통해 다수의 군 수송기와 전투기에 심각한 결함이 있고, 단 한 척의 잠수함도 작전을 수행할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

○ 기민당 지지율 회복도 과제


국방장관으로서의 능력을 입증하는 일 외에도 그의 총리 도전에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중앙정계 경험이 적다. 1962년 서부 자를란트주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생 때 기민당에 가입했다. 1999∼2011년 자를란트 주의회 의원, 2011년 주 총리로 선출됐다. 2018년 2월에야 메르켈 총리에 의해 기민당 사무총장으로 발탁돼 중앙 정계에 데뷔했다. 같은 해 12월 지지율 하락 및 건강 악화로 당 대표를 사퇴한 메르켈에 이어 기민당 대표가 됐다. 그는 내년 기민당 대표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이듬해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총리가 될 수 있다.

기민당은 메르켈의 장기 집권 피로감, 메르켈 정권의 동성결혼 지지 및 친이민 정책 등으로 전통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 이탈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메르켈 총리는 최근 수차례 공식석상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르켈이 2021년 9월까지의 임기를 마치지 못하면 독일 전체가 큰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도 있다. WP는 “많은 이가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55)의 취임에 집중하지만 크람프카렌바워의 국방장관 취임도 이에 못지않은 소식”이라며 “두 지도자에게 유럽의 미래가 달렸다”고 진단했다.

이윤태 oldsport@donga.com·최지선 기자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독일 국방장관#공식 취임#차기 총리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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