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러, 두차례나 깊숙이 영공 침범… 기기 오작동 가능성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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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합동도발]국방부, 러의 침범부인 주장 일축


러시아 군용기 등 외국 군용기가 1953년 정전협정 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공을 침입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러 국방부가 영공 침입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24일 “영공 침입이 맞다. 러시아 군용기가 항법장치 오작동으로 위치를 착각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러시아는 24일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한국 국방부에 전하는 전문을 통해 “러시아는 한국 영공을 침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 공군이 러시아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경고사격 등으로)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방부는 오후 1시 45분 브리핑을 열고 영공 침입이 발생한 23일 국방부로 초치된 러시아 무관이 “정상 루트를 밟았다면 침입할 이유가 없다. 군용기 내 (항법장치 등) 기기가 오작동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영공 침입을 전제로 재발 방지 약속을 했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기자들은 “이를 러시아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봐도 되느냐”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식 입장인지는 불명확하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그러나 곧 러시아 국방부가 러시아 무관 발언과 정반대되는 입장을 내면서 수습 국면으로 접어든 것처럼 보인 한-러 갈등은 재점화됐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 전문을 통해 “러시아가 영공을 침입한 적이 없음에도 한국 공군이 비전문적 비행을 하는 등 과잉 대응을 보였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을 침입한 것에 대해 공군 전투기들이 교전을 막기 위해 차단 기동과 경고 사격으로 수위를 조절했지만 ‘비전문적 비행’과 ‘과잉 대응’이라며 적반하장식 반응을 보인 것.

이와 별도로 러시아 정부는 영공 침입이 발생한 23일 러시아에 파견된 한국군 무관을 초치해 “한국군이 영공을 침입하지도 않은 러시아 군용기에 대해 경고사격을 하는 등 공중 난동을 부렸다”며 항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러시아 무관이 자국 군용기 기기의 오작동 가능성을 제시하며 고의성을 부인한 것과 관련해 국방부는 이날 오작동 가능성도 일축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24일 국방부 관계자는 “오작동일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A-50)가 첫 번째 영공 침범 당시 독도로부터 13km 떨어진 지점까지 침범하는 등 영공을 9km가량 깊숙이 들어간 점, 두 번에 걸쳐 침입한 점 등을 들어 이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공군 조종사들도 오작동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 예비역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기기 오작동이면 1km 안팎으로 영공을 침범할 순 있지만 10km 가까이 깊숙이 침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감시·정찰 임무 및 공중 지휘 통제 임무를 하는 군용기인 A-50은 공중의 타국 전투기 등 적 표적과 관련한 구체적인 위치 정보를 파악해 자국 전투기에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조기경보통제기를 ‘공중의 전투지휘사령부’라 부르는 이유다. 이 때문에 A-50에 장착된 레이더나 항법장치는 전투기 등 여타 군용기보다 더 정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A-50 등 조기경보통제기는 임무가 중대한 만큼 오작동에 대비해 위치를 알려주는 복수의 항법장치를 운영한다”며 “복수의 장치가 모조리 오작동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국방부는 25일 러시아 측과 이번 사안과 관련해 첫 실무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영공 침범이 중대한 국제법 위반으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러시아는 기기 오작동 또는 조종사 실수를 주장하는 식으로 사태를 단기간에 수습하려 할 수 있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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