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천일염’ 생산 길 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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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조정용 교수팀, 미세플라스틱 제거기술 등 개발
소비자에 안전한 먹거리 제공하고 천일염 산업 활성화에도 도움 기대

천일염에 들어 있는 마그네슘 함량을 조절하고 미세플라스틱까지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돼 친환경 천일염 생산이 가능해졌다. 동아일보DB
천일염에 들어 있는 마그네슘 함량을 조절하고 미세플라스틱까지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돼 친환경 천일염 생산이 가능해졌다. 동아일보DB
천일염 내 마그네슘 및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돼 국내 고품질 천일염 생산 길이 열렸다. 이 기술이 염전이 많은 전남 서해안 지역에 보급되면 안전한 먹거리 제공과 함께 천일염 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전남대 농식품생명화학부 조정용 교수(46)팀에 따르면 최근 전남과학고 2학년 김우석 선상명 최민기 조승익 군 등과 함께 ‘마그네슘 함량 조절 가능한 세척 천일염의 제조 방법’을 특허 출원했다.

이 기술은 기존 천일염 생산의 문제점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마그네슘은 천일염에 염화마그네슘(MgCl₂) 형태로 존재하며 함량이 높으면 매우 쓴맛이 난다. 기존의 숙성 천일염은 생산 과정에서 마그네슘을 제거하는 간수 작업에 2년 정도 걸리고 이를 보관하는 창고 시설이 필요해 비용 부담이 컸다. 특히 연간 강수량이 일정하지 않아 마그네슘 함량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자연배수 방식의 간수 작업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기 힘들다.

천일염 제조 과정 중 발생하는 간수에는 마그네슘이 L당 60g 정도 함유돼 있다. 조 교수팀은 이 간수에 탄산나트륨(Na₂CO₃)을 첨가해 침전 반응을 통해 마그네슘 함량을 L당 12g으로 낮춘 세척용 간수를 만들었다. 이 간수로 천일염을 세척하면 마그네슘 함량이 낮아져 좋은 맛을 내는 천일염을 생산할 수 있다. 천일염 내 최적의 마그네슘 함량은 kg당 6g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염전 소금을 30분 정도만 세척하면 제품화가 가능하다.

조 교수는 “마그네슘 함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한 염수로 천일염을 세척할 경우 소금이 더 이상 녹지 않고 쓴맛을 내는 성분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며 “세척용 간수도 재사용할 수 있어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마그네슘을 비롯해 칼륨, 칼슘 등 유용 미네랄 함량이 균일한 천일염 생산이 가능해 김치나 젓갈, 장류 등 식품 용도에 맞춘 천일염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조 교수는 전남과학고 학생들과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천일염에 붙은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바다에는 한 해 1000만 t이 넘는 쓰레기가 버려지는데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세계적으로 바다에 51조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떠다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 교수팀은 마그네슘을 제거한 염수로 천일염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간수와 미세플라스틱의 비중 차이를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는 원리를 찾아냈다. 시험 결과 두 번 세척하면 천일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92%까지 없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조 교수팀이 한국분석과학연구소에 샘플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천일염 100g에 들어 있는 미세플라스틱이 한 번 씻으면 84개에서 12개로, 두 번 씻으면 4개로 줄었다. 전남과학고 학생들은 이 연구로 2월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부터 우수상을 받았다.

김우석 군(18)은 “소금의 쓴맛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하다 마그네슘이 제거된 간수를 이용하면 천일염의 마그네슘 함량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고 미세플라스틱까지 없애 친환경 천일염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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