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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反中시위대에 ‘백색 테러’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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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反中시위대에 ‘백색 테러’ 공포

전채은 기자 입력 2019-07-23 03:00수정 2019-07-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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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상의 입은 남성 100여명, 지하철역 시민-시위대 무차별 폭행
만삭 임신부 등 최소 45명 부상, 친중파 소행 가능성… 시민들 분노
주말 反中시위 43만명 참여… 일부는 中 국가휘장에 먹물 뿌려
무법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21일 홍콩 위안랑역에서 벌어진 폭행 사태의 한 장면. 흰색 마스크와 상의를 착용한 남성들이 우산을 들고 방어하는 시민들과 시위대를 향해 막대기를 휘두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유튜브 캡처
21일 7차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가 열린 홍콩에서 다국적 범죄조직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쇠막대와 각목으로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했다. 만삭의 임신부를 포함해 최소 45명이 크게 다쳤다. 배후에 친중 인사 등 중국이 관련됐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홍콩 시민의 분노가 거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45분경 흰색 상의와 마스크, 검은색 하의를 착용한 100명 내외의 남성들이 지하철 위안랑(元朗)역에 나타나 쇠막대와 각목을 휘둘러 열차를 이용하려는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 폭행했다. 홍콩 지하철(MTR)은 사태를 인지하고 화재 경보를 울려 역사 내의 승객들에게 폭력 상황을 알렸다. 각목을 든 남성들이 열차의 객실로 피신한 승객들까지 쫓아가 폭행하자 MTR는 56분경부터는 위안랑역 플랫폼을 폐쇄하고 열차를 정차 없이 통과시켰다. 플랫폼 주변에는 부상자들이 흘린 핏자국이 곳곳에 남았다. 당시의 혼란상은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카메라에 담겨 빠르게 온라인상으로 퍼져 나갔다.

21일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전면의 붉은색 중국 국가 휘장이 대규모 반중 시위대가 던진 먹물과 날계란으로 얼룩져 있다. 이날 홍콩 완차이 구역에서 행진을 시작한 시위대는 경찰이 지정한 구역을 넘어 연락판공실 앞까지 나아갔다. 홍콩=AP 뉴시스
폭행은 11시 15분경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일시 진압됐다. 그러나 경찰이 자리를 뜨자 남성들이 다시 나타나 22일 오전 1시까지 역 주위에서 시위대와 시민을 가리지 않고 추격하며 공격했다. 밍보 등에 따르면 현장을 찾은 린줘팅(林卓廷) 민주당 입법회 의원도 곤봉과 우산 등으로 얻어맞아 피를 흘렸다. 취재 중이던 ‘리창(立場)신문’ 여기자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30초 동안 구타를 당해 머리와 손 등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홍콩 언론인협회는 “경찰이 언론인과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경찰의 ‘소극 대응’ 비판도 거세다. 현장의 한 시민은 “21일 오후 11시경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사태를 진압하지 않고 철수한 뒤 30분이 지나서야 다시 나타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MTR 측이 밝힌 신고 시간은 사태를 인지한 지 2분 만인 10시 47분경이다. 또 극렬한 폭력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 남성들 중 아무도 체포하지 않았다고 SCMP는 전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쇠막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관련자를 특정할 수 없어 아무도 체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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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리의 정체와 배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반중 시위에 불만을 품은 친중파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부 시민은 홍콩과 대만에 거점을 두고 성매매, 폭행 등을 일삼는 중국 범죄조직인 삼합회(三合會) 조직원이라고 주장한다. 배후에 중국이 있음이 사실로 밝혀지면 홍콩 반중 기류는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와중에 친중파 입법회 의원인 허쥔야오(何君堯)가 이날 흰옷을 입은 무리와 악수를 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9일부터 시작된 홍콩 반중 시위는 지금도 주말마다 열린다. 이번에도 주최 측 추산 약 43만 명이 참여했다. 일부는 이날 중국을 대표하는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앞으로 행진해 날계란 등을 던졌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 경찰의 시위대 과잉 진압 조사 및 처벌, 완전한 직선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홍콩 반중 시위#백색 테러#친중파#송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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