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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 준비하는 지방-非 SKY 로스쿨 재학생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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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 준비하는 지방-非 SKY 로스쿨 재학생의 한숨

고도예 기자 입력 2019-07-20 03:00수정 2019-07-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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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너희는 행복하다… 대형 로펌 가려면 어쩔 수 없어”
서울대 로스쿨 2학년인 한 학생이 올해 1학기 동안 공부하면서 다 닳을 때까지 사용한 펜 118자루. 이 학생은 “다 쓴 펜을 계속 쌓아가다 보면 뿌듯함을 느낄 때도 있어 학업 스트레스가 조금 해소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학년인 K 씨는 14일 학교에 가지 않았다. 2학년으로 진급하려면 K 씨는 이날 ‘예비시험’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시험을 포기했다. 그 대신에 K 씨는 이날 서울의 다른 대학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언어영역과 추리논증 문제를 풀었다. 내년에 로스쿨에 입학하려면 치러야 하는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이었다. K 씨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로스쿨에 가면 대형 로펌에 취업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1년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 씨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로스쿨에 입학하고서도 학교 간판을 바꿔 달기 위해 또다시 로스쿨 입시에 뛰어드는 이른바 ‘반수생’이 적지 않다. ‘반수’는 학교를 다니면서 다른 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것을 이르는 표현이다. 서울 소재 로스쿨 재학생들은 일명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또 입학시험을 준비한다. 지방의 로스쿨 학생들은 서울에 있는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반수’를 하는 식이다.

지방의 한 로스쿨에서 2년째 공부하던 H 씨(27·여)는 지난해 7월 ‘반수’를 시작했다. 친구가 서울의 대형 로펌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다. 친구는 ‘SKY 로스쿨’ 중 한 곳에 다니고 있었다. 친구는 1학년을 마치고 대형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이미 채용을 약속받았다고 했다. 친구를 채용한 로펌은 H 씨의 학교에는 취업설명회를 하러 온 적도 없다. H 씨는 대형 로펌의 채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인턴 생활의 기회를 얻으려면 ‘SKY 로스쿨’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H 씨는 올 1월 ‘SKY’가 아닌 서울의 한 로스쿨에 합격했다. 하지만 ‘SKY 로스쿨’에 가기 위해 올해 또다시 입학원서를 낼 생각이다.

지방의 또 다른 로스쿨에 다니던 P 씨(26·여)는 지난해 6월 서울 신촌에 단기 월세방을 구했다. 한 달간 리트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P 씨는 하루 12시간을 리트 준비에 매달렸다. P 씨는 “‘SKY 로스쿨’ 학생들이 본다는 시험자료를 인터넷에서 돈을 주고 사서 본 적이 있다”며 “지방에선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정보전’에서 밀린다는 생각에 반수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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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5개 로스쿨이 대학정보 공개 사이트 ‘대학 알리미’에 등록한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을 다니다 자퇴하는 학생들은 해마다 100명이 넘는다. 2015년엔 116명, 2016년 109명, 2017년 111명이 자퇴했다. 대부분이 반수를 위해서다. 서울의 한 사립대 로스쿨에선 지난해에만 정원(334명)의 7%에 가까운 22명이 자퇴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SKY 로스쿨’ 이외의 로스쿨들은 재학생의 반수를 막기 위해 장학금과 연계된 시험 날짜를 리트가 치러지는 당일에 잡기도 한다.

반수를 해 본 로스쿨 학생들은 “결국 학교 간판이 취업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본보가 올해 1∼7월 대형 로펌 5곳(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화우)에 취업한 신입 변호사 117명의 출신 로스쿨을 전부 조사했더니 ‘SKY 로스쿨’ 출신이 92명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지방대 로스쿨 졸업자는 4명(3.4%)뿐이었다. 지난해 새로 임용된 검사 55명 중 ‘SKY 로스쿨’ 출신은 30명(54.6%)이었고, 재판연구원(로클러크) 56명 중에서는 14명(25%)이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로스쿨#법학적성시험#변호사 시험#대형 로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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