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애마 ‘벤츠’ 밀수 경로 추적해보니 중국-일본-한국 거쳐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7일 0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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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애마 메르세데스 벤츠의 밀수 경로가 공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 시간) 밀수 네트워크를 추적하는 비영리 연구기관 미 고등국방연구센터(C4ADS)가 발표한 ‘북한의 전략적 사치품 조달 네트워크’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해당 벤츠의 구입부터 북한에 전달되는 약 5개월의 과정을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벤츠의 북한 유입 경로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인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4개국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선박기록, 위성사진 등을 분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애마 ‘벤츠’가 북한으로 오는 과정을 정밀 추적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으로 사치품 수출을 금하는 UN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히 벤츠를 과시한다. 올해 초에도 김 위원장이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를 탄 모습이 조선중앙TV에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각국 정상들에게 인기 있는 해당 모델은 50만 달러~160만 달러 정도에 팔린다.

보고서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세단 두 대가 북한에 들어오기까지 과정을 추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0만 달러짜리 벤츠 두 대는 지난해 6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서 두 대의 컨테이너에 각각 나눠 실린다. 단 보고서는 차의 최초 구매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의 모기업 다임러는 제재 위반을 막기 위해 판매자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 배는 41일 뒤 중국의 다롄에 도착한다. 컨테이너는 7월 31일 항구에 내려진 뒤 8월 26일까지 머무르다 27일 다시 일본 오사카행 배에 실렸고 3일 뒤 9월 30일에는 한국 부산에 도착한다. 하루 뒤인 10월 1일 컨테이너는 토고의 국기가 그려진 화물선 DN5505로 옮겨진다. 이후 해당 컨테이너는 선박자동식별장치가 꺼져 추적이 끊긴다. NYT는 “이는 제재를 회피하는 선박의 전형적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후 차를 실은 컨테이너는 도영선박(Do Young Shipping)에 넘겨진다. 도영선박은 마셜 제도에서 등록된 회사로 DN5505와 파나마 깃발이 그려진 유조선 케트린(Katrin)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러시아로 넘어가면서 끊겼던 배의 신호는 18일간 끊긴 뒤 부산에서 다시 잡힌다. 2588미터톤의 석탄을 싣고 온 선박은 포항에 정박한다. 보고서가 분석한 한국 세관 기록에 따르면 해당 석탄은 러시아 나홋카에서 가져온 것으로 나타난다. 블라디보스토크 옆 항구도시인 나홋카는 카자슈크 씨의 사업체가 있는 곳이다. 카자슈크 씨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DN5505의 소유주인 것은 맞으나 그가 북한으로 벤츠의 수송을 도왔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절했다. 한국 정부는 2월 DN5505과 케트린 선박의 대북제재 위반을 적발한 바 있다.

이후 벤츠가 어떻게 북한으로 넘어갔는 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연구진은 비행추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10월 7일 북한의 고려항공의 화물기 3대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세단이 러시아에서 항공편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날은 김 위원장이 롤스로이스를 타고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면담한 날이다. 약 한 달 뒤인 올해 1월 31일, 문제의 벤츠를 탄 김 위원장의 모습이 미디어에 포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2017년 북한이 이 같은 밀수 루트에 최대 90개국을 거쳐 온 것으로 추산된다. NYT는 “북한의 이같은 제재 회피는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지렛대로 활용하려하는 제재 압박의 한계가 될 수 있다”며 “벤츠와 같은 사치품의 밀수는 핵무기 기술에 사용가능한 기술의 밀수 수법과 유사하기 때문에 추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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