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행정으로 제주도 외국인 투자유치 ‘바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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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투자 7400만 달러 그쳐…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9% 감소
대규모 개발사업 규제 강화 여파… 불확실 행정으로 국제신인도 하락

중국 뤼디그룹이 투자한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이곳에 들어설 예정이던 녹지국제병원의 허가가 취소되면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중국 뤼디그룹이 투자한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이곳에 들어설 예정이던 녹지국제병원의 허가가 취소되면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예측할 수 없는 행정 등으로 국제 신인도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주도는 건축, 토목공사 등에 따른 관광 개발이 아닌 신산업 분야로의 투자 다변화를 노리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제주지역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실적은 신고금액 기준으로 39건, 74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3건, 1억400만 달러에 비해 금액 기준으로 28.8% 감소했다. 2016년 상반기 6억2900만 달러, 2017년 4억4700만 달러와 비교하면 더욱 초라한 수준이다.

제주지역 외국인직접투자 신고액은 2016년 10억100만 달러, 2017년 10억89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3700만 달러로 추락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국 시도 순위에서도 2016년 4위, 2017년 6위, 2018년 11위 등으로 갈수록 뒷걸음치고 있다. 제주도가 외국인 투자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1분기(1∼3월) 당시 제주지역에서 집계된 외국인직접투자 사업은 일본, 호주,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의 24개로 집계됐다. 중국과 홍콩이 19개 사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 사업 가운데 5개 사업은 준공됐지만 나머지 사업의 경우 공사가 중단됐거나 지금도 절차를 이행 중인 사례가 많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 핵심 프로젝트인 서귀포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는 2015년 사업이 중단된 이후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역시 제주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로 중국 뤼디(綠地)그룹 등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좌초 위기에 빠졌다. 제주도가 4월 병원 개설 허가 취소를 하면서 헬스케어타운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당초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도 등이 병원 개설을 독려한 것이어서 국제 신인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총사업비가 5조2180억 원으로 중국 자산관리공사인 화룽(華融)그룹이 투자하는 제주시 오라관광단지 역시 인허가 절차를 밟다가 발목이 잡혔다.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자 2017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당시 관련 규정에 없는 ‘자본 검증’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사업 추진을 중단시켰다. 이후 자본검증위원회는 총사업비에서 분양 예상 수입을 제외한 3조3733억 원의 10%인 3373억 원을 입금할 것을 요구했으나 중국 투자자 측에서는 사업 승인을 전제로 한 1200억 원 예치를 제안하는 등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대규모 관광개발 위주의 투자 유치를 지양해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전기자동차, 화장품, 블록체인 등 신산업으로 투지 유치 방향을 전환하고 중국 위주의 투자 역시 다른 여러 국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라며 “아직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제주의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위해 투자 다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도 외국인 투자유치#뤼디그룹#서귀포 헬스케어타운#녹지국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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