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공화당 천막 철거→재설치→철거 반복 “철거땐 160개 재설치"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6일 09시 01분


코멘트

자진철거·재설치 반복…"행정집행 의미 사라져"
"우리가 원할 때 또 쳐…철거땐 160개 재설치"
서울시 "우리공화당에 손해배상 등 추가 청구"

16일 오전 4시30분,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시간이지만 광화문광장은 약 700개의 삼색 야광봉 물결로 장사를 이뤘다.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고 노래를 부르며 야광봉을 연신 흔들어댔다.

경찰에 따르면 약 700명의 우리공화당원들은 전날 저녁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점거하고 밤샘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5일에 이어 서울시가 2번째 강제철거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시위대 바로 옆 화단 위에 올라 선 채 시위대의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 오전 5시께 시위대 앞에 섰다. “지금 텐트를 걷겠다”는 조 대표의 깜짝 발언에 일부 시위대는 “와아”하는 환호성과 함께 일제히 불법 설치돼 있던 그늘막으로 달려갔다.

우리공화당 측은 마치 준비라도 한 것마냥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4개의 그늘막이 철거되는 데까지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늘막 아래는 미리 다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다.

조 대표는 이어 “이제 집행할 대상물이 사라졌으니 행정대집행은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4개를 치웠으니 텐트 8개를 다시 치겠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을 채우고 있던 우리공화당 측은 천막 철거 직후 세종문화회관 계단으로 이동했다. 이동과 동시에 우리공화당은 세종문화회관 옆에 흰색 천막 4동을 추가 설치했다. 이어 오전 6시께에는 새로 설치한 천막 4동도 다시 자진 철거했다.조 대표는 이 천막 철거 후 “천막은 우리가 치고 싶을 때 다시 치겠다”면서 “곧 8동을 다시 칠 것인데 그걸 철거하면 160개를 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시공무원 650명에 용역직원 350명 등 1000여 명으로 이뤄진 행정대집행 인원을 투입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으나 결국 우리공화당의 천막에는 손도 대보지 못했다. 이들이 자진철거와 재설치를 반복하며 집행을 전략적으로 방해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측은 “우리공화당 측이 천막 자진철거 후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이동하면서 대집행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일단 집행을 멈췄고, 이후 이들이 새로 설치한 천막도 자진철거하면서 이날 행정대집행은 실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천막이 새로 설치될 경우 서울시는 우리공화당 측에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새로 보내야 한다. 계고장은 행정대집행 대상이 되는 시설물을 적시해야 하는데 이전 계고장에 적혔던 천막은 이미 철거됐기 때문이다.

2차 집행이 무산되면서 우리공화당과 서울시는 천막을 두고 다시 줄다리기를 이어가게 됐다. 서울시는 교묘한 방법으로 행정집행을 피하려는 우리공화당을 오는 17일 결정되는 법원 가처분으로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행정대집행과는 별도로 지난달 28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광화문 광장에 대한 ‘점유권 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시 측 관계자는 “가처분이 인용되면 이들이 천막 불법설치할 때 현재 행정대집행 처분에 대해 청구하고 있는 배상금액 외에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이중으로 금전적 부담을 줘 천막 재설치 등을 막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공화당은 2017년 3월1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경찰 등과 충돌해 사망한 박 대통령 지지자들을 추모하겠다며 지난달 10일 광화문광장에 불법천막을 설치했다.

서울시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우리공화당 측에 보낸 끝에 지난달 25일 강제 철거를 진행했다. 하지만 우리공화당은 서울시의 천막 강제철거가 완료된지 약 3시간 만인 같은 날 낮 12시30분께 불법천막을 기습 재설치했다.

“언제든지 천막을 재설치할 수 있다”며 공언해 온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등은 청계광장, 세종문화회관 등에 기습 천막 설치와 철거를 반복해 오던 끝에 결국 지난 6일 광화문 광장에 불법천막 4개동을 재설치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