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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시민 반발에도…도심부 차량통행 제한하는 로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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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시민 반발에도…도심부 차량통행 제한하는 로마, 왜?

로마=김은지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19-07-14 17:19수정 2019-07-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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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통행이 허가된 차량만 다닐 수 있습니다.”

5월 27일 오후 2시경(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시 도심부에 있는 카버 길. 로마시 산하 교통기관 ‘로마 모빌리타’의 파브리지오 벤베누티 연구원이 교통 표지판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흰색 바탕의 표지판 위로 빨간색 원이 그려져 있고 빨간색 원 위에는 ‘zona traffico Limitato’라고 적혀 있었다.

차량 통행 제한구역(ZTL)이 시작되는 지점이라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표지판 바로 앞에는 신호등과 함께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벤베누티 연구원은 “허가받지 않은 차량이 ZTL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단속하기 위한 무인카메라”라고 말했다. 허가받지 않은 차량이 ZTL 안으로 진입하면 80유로(약 10만6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표지판 인근에는 수십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는데 ZTL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차들이었다.

카버 길은 세계적인 관광지인 고대의 원형 투기(鬪技)장 ‘콜로세움’ 인근에 있다. 벤베누티 연구원이 가리켰던 표지판에서 콜로세움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550m다. 고대 로마 유적지가 많은 로마 도심의 ZTL은 평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에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 사이에도 차량이 다닐 수 없다.


로마는 ‘도로’의 개념이 시작된 도시다. 고대 로마는 세계에서 가장 일찍, 가장 거대한 도로망을 구축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통행권을 법으로 보장한 곳도 로마였다. 로마법에는 개인이 사유지 위를 걸을 권리와 수레나 마차를 이용해 운전할 권리가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로마시는 차량 통행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로마 역사지구를 비롯한 여러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로마시에 등록된 차량 약 265만 대 중 6.5㎢ 면적의 도심 ZTL에서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은 20만 대뿐이다. 전체 차량의 7.5%에 불과하다. ZTL 안으로 진입해도 되는 차량은 지역 주민이나 장애인, 관공서 소유 차량, 택시 등 영업 차량으로 제한된다. 로마에서 ZTL은 2001년 도심에 처음 지정됐고 현재는 6곳의 ZTL이 있다. 역사지구가 있는 도심부가 가장 엄격히 통제되고 외곽으로 갈수록 통행이 가능한 차량이 늘어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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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L은 운전자들에게는 불편하다. 차량 통행이 가장 엄격히 통제되는 도심부는 차량 통행 수요가 많은 곳이다. ZTL 지정은 차량 통행을 강제로 제한하는 정책인 만큼 이에 반발하는 운전자와 시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심부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불만이 크다. ZTL을 운영하는 로마 모빌리타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다. 그러나 로마 모빌리타는 문화재 보호와 보행자 안전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벤베누티 연구원은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ZTL 주변에 주차시설과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 노선을 확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교통안전과 관련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나라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에 따르면 2016년 이탈리아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4명이다. 유럽연합(EU) 평균 5.1명보다 많다. 로마 모빌리타에 따르면 2017년 이탈리아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3378명 중 219명(6.4%)이 로마에서 사고를 당했다. 로마가 ZTL과 같은 강제적인 조치를 통해 보행자를 보호하려는 이유다.

로마는 또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ZTL뿐 아니라 무인 과속단속 카메라를 확충하는 등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같은 조치들로 로마 시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와 교통사고 사망자는 크게 줄었다. 2008년 한 해 2만2636건이 발생한 교통사고는 2017년 1만6208건까지 떨어졌다. 28.4%가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313명에서 219명으로 줄어 30% 감소했다. 로마 모빌리타의 산드로 프란찰란시 기술개발 담당자는 “교통사고 사망자 없는 로마를 만드는 것이 로마 모빌리타의 가장 큰 목표”라며 “도심에서는 차량 주행 속도를 낮추고, 차도를 좁혀 인도를 넓히는 등 안전한 교통 환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로마의 ZTL과 유사한 ‘녹색교통 진흥지구’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강북 한양도성 내부 도심권의 차량 통행을 줄이고 보행자 편의가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차도를 줄이는 대신 보도를 넓히겠다는 것이 녹색교통 진흥지구 사업이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환승체계도 강화해 운행 차량을 줄이는 게 목표다. 운행 차량이 줄어들면 현재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40%를 차지하는 보행자 사망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마=김은지 eunji@donga.com/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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