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로비계에 다시 몰리는 사우디 ‘오일머니’…돈의 위력에 굴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4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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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동아일보 DB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동아일보 DB
미 워싱턴의 홍보, 법률, 컨설팅사에 사우디아라비아 ‘오일머니’가 다시 몰려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 전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된 뒤 일부 로비업계가 거리를 뒀지만 대부분 돈의 위력에 굴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WP에 따르면 7월 현재 워싱턴에서 사우디 정부 업무를 담당하는 로비회사는 20개로 카슈끄지 사태 이전(25개)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대형 홍보 컨설팅사 MSL은 피살 직후 사우디 측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자회사 코비스를 통해 여전히 사우디 정부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이를 통해 번 돈만 약 1900만 달러(약 224억 원)에 이른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 몸담았던 인사가 운영하는 카브커뮤니케이션도 2월 사우디 정부와 월 12만 달러의 홍보 계약을 맺었다. 유명 법률회사 킹&스팔딩도 지난해 11월 약 95만 달러를 받았다. 진보성향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의 벤 프리먼 박사는 “사우디 측이 한때 일부 로비스트들을 잃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일했다”고 꼬집었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사우디와 미국이 점점 밀착하고 있어 사우디 로비 시장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우디 업무를 맡고 있는 유명 로비기업 ‘브라운스테인 하야트 파버 슈렉’의 알프레드 모트르 시니어파트너는 “사우디는 미국의 핵심 동맹이고 중동 전략 및 이란 대응에 있어 중요한 자산”이라고 평했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MBS·34)의 부상도 워싱턴 로비업계의 ‘사우디 일감따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는 카슈끄지 피살의 배후로 지목받지만 신도시 건설, 여성억압 정책 폐지 등 각종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하며 돈풀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38)과도 매우 가깝다.

향후 아시아 로비업계에서도 사우디 관련 업무 비중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살만 왕세자는 탈(脫) 석유화를 기치로 한 ‘비전 2030’의 중점협력국으로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을 지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협력기관인 ‘비전 현실화 사무소(VRO)’를 내년 1분기(1~3월)에 한국과 일본에 가장 먼저 설치한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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