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日 규제 불화수소 한국에 공급 제안했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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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 “품질 검증 안돼… 공정 테스트만 최소 두달 걸려”
“품질 좋았다면 벌써 수입” 회의적


러시아가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인 불화수소(에칭가스)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한 사실이 알려진 12일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 “러시아산의 품질이 일본산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회의적이었다.

국내 불화수소 사용량의 43.9%를 일본에 의존해 왔던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사실상 러시아산 불화수소의 품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불화수소 중 고순도 가스는 현재 일본밖에 만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산이 좋았다면 벌써 수입해서 썼을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 불순물을 씻어내는 역할을 하는 불화수소는 700여 개의 반도체 공정 중 50여 개 공정에 사용된다. 초고도 공정으로 갈수록 불화수소의 순도가 수율(공정 성공률)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산 불화수소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된다 하더라도 국내 공정에 도입하려면 최소 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의 생산라인 관계자는 “소재를 하나만 바꿔도 그게 전체 공정 속에서 문제를 일으키는지 최소 2, 3달은 테스트해야 한다”며 “그동안의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설사 러시아산의 품질이 일본산과 같더라도 공급처를 바꾸는 건 적지 않은 리스크”라며 “최악의 경우 러시아산 불화수소로 반도체를 만들어도 일본 미국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이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러시아#불화수소#에칭가스#품질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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