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경계실패 덮으려 병사에 ‘허위 자수’ 시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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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2함대 탄약고 거동수상자 놓쳐
정경두 국방 7일뒤 알아… 뒤늦게 靑보고
이낙연 총리 “엉터리 같은 짓, 엄중조치”

서해 해상작전을 총괄하는 해군 2함대사령부에 정체불명의 인물이 침입했는데도 검거하지 못하자 해당 부대 장교가 병사에게 허위 자백을 종용하는 등 경계 실패를 은폐·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허위 자백 사건을 뒤늦게 보고받아 군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에선 정경두 국방장관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12일 해군에 따르면 4일 오후 10시 2분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내 탄약고 초소에서 근무 중이던 경계병 2명은 거동 수상자를 발견했다. 경계병은 3차례에 걸쳐 암구호 확인을 시도했지만 거동 수상자가 그대로 달아나 검거에 실패했다.

그러나 해당 부대의 한 소령은 부대원이 일으킨 해프닝으로 판단하고 다음 날 병사들에게 허위 자백을 제안했다. 이에 한 병장이 거짓 자수했지만 9일 헌병 수사 과정에서 허위 자백 사실이 드러났다.

군은 이를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알리지 않다가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12일 “군내 경계 실패 및 은폐 시도가 또다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회견 20분 전 사건을 언론에 브리핑했다.

정 장관은 11일 오후 늦게야 사건을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도 12일 오전에야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에 출석해 “엉터리 같은 짓을 하다가 발각됐다.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강도 높은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문병기 기자
#해군2함대#탄약고 거동수상자#정경두 국방장관#허위 자수#이낙연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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