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길이만 1m, 혜성처럼 등장한 양예빈…육상계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2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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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기록을 내는 게 좋아서요.”

11일 비가 내리는 충남 계룡종합운동장에서 양예빈(15·계룡중)은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을 했다. 고된 구간 연습이 반복되면서 앓는 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달리기’에 대한 얘기를 건네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었다. 운동장에 산책을 나온 계룡시 시민들이 지역의 스타가 된 그를 알아보고 다가와 사진을 요청하는 동안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양예빈은 5월 전북 익산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의 모습이 최근 뒤늦게 화제가 되며 갑자기 유명해졌다. 1600m 릴레이에서 4번 주자로 나선 그는 한참 앞서가던 1위 선수를 여유롭게 제치며 결승선을 끊었다. 양예빈의 역주에 관중은 “대박”이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소년체육대회에서 양예빈은 400m(55초94), 200m(25초20), 1600m 계주에서 우승하며 3관왕을 차지했다.


양예빈은 한 달 뒤 자신의 최고기록을 또 한번 끌어올리면서 육상 관계자들을 또 놀라게 했다.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인터시티 국제육상대회 200m에서 24초98을 기록한 양예빈은 경북 김천에서 열린 한중일 친선육상대회 400m에서 55초65를 기록했다. 현재 여자 중학부 200m(24초59·1998년), 400m(55초60·1990년)의 한국 최고기록은 2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지만 이런 추세라면 올해 양예빈이 모두 갈아 치울 것이라는 게 육상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양예빈의 강점은 161cm의 키에 비해 100cm로 긴 다리다. 200m를 뛸 때의 보폭이 약 2m(99~100보)인데, 아직 나이가 어린 탓에 근력이 약해 되레 보폭을 좁히고 있다고 한다. 양예빈을 지도하는 김은혜 계룡시체육회 육상코치는 “보폭을 줄이면서 최근 기록이 크게 향상했다. 향후 근력이 더 붙어 긴 다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면 기록이 더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도약 종목인 멀리뛰기로 육상을 처음 접한 양예빈에 대해 계룡시 체육회 관계자는 “뛰는 모습을 보면 무협영화에서 물 위를 사뿐사뿐 걷는 무술고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고난 신체 조건에 양혜빈은 근성도 뛰어다나는 평가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그날 해야 하는 훈련을 절대 뒤로 미루지 않는다. 양예빈은 “육상 시작 당시 엄마의 반대가 심했는데 ‘제가 책임지고 열심히, 잘 하겠다’고 해 설득했다. 이후 엄마와의 약속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에 쏠리는 관심에 대해서도 “기분 좋은 건 맞다. 하지만 엄마를 생각하면 마냥 관심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내성적이고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평범한 중학교 3학년 소녀지만 스타트 라인에서 포즈를 취해달라고 했더니 머뭇거림이 없이 자세를 취한다. 결승선을 바라보는 눈빛이 강렬하다.

“언젠가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쟁쟁한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어요. 더 열심히 뛸게요(웃음).”

계룡=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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