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하우저, “좋은 가구만 만들면, 나머지는 우리가 책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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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2일 1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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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가구만 만들어주세요.
그 외 모든 것은 하우저가 만들어갑니다."

하우저 홈페이지에 적힌 문구다. 하우저라는 스타트업을, 이보다 더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워 그대로 옮겨왔다. 이 문구가 하우저라는 스타트업을 있는 그대로 설명한다. 하우저가 만들겠다는 '좋은 가구 이외의 모든 것'은 대체 무엇인지. 심준형 대표를 만나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하우저 홈페이지)
(출처= 하우저 홈페이지)
홈퍼니싱 마켓플레이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하우저는 어떤 기업인지, 무엇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인지 설명을 부탁드린다.

심준형 대표(이하 심 대표): 아마 하우저라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는 기자를 보며) 하하. 맞다. 아마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하우저가 목표로 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바닥부터 기초공사만 닦았다(웃음).

하우저는 홈퍼니싱 마켓 플레이스를 목표로 한다. 홈퍼니싱은, 공간을 꾸미는 것을 뜻한다. 가구나 소품, 인테리어 건자재, 커튼 등… 이런 것들을 사고 파는 쇼핑몰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가 꿈꾸는 쇼핑몰은 일반적인 쇼핑몰과 좀 다르다.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애플의 앱스토어에 가깝다. 2008년 말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하면서, 앱스토어로 인해 앱 생태계가 구축되고, 많은 것이 바뀌지 않았나. 개발자와 소비자가 하나의 장터에서 만나는 앱스토어는 앱 유통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하우저가 추구하는 쇼핑몰은 앱스토어와 같은 개념이다. 가구 제작자 또는 가구 제작사가 가구를 만들고 유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고자 한다. 그저 온라인/모바일 쇼핑몰만 제공하는 일반적인 쇼핑몰과는 다르다. 만든 가구를 저장하고, 소비자 가정까지 배달하는 물류 전과정을 지원하고, 온라인/모바일 인프라까지 제공하고자 한다.

IT동아: 그러니까. 한마디로. 가구만 잘 만들면, 완성된 가구를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하우저가 제공한다는 뜻인가.

심 대표: 맞다. 사실 가구는,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일반 소비재와 유통되는 과정이 조금 다르다. 가구 구매는 의사결정에 도움되는 정보에 구매만족도는 상품 및 배송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인터넷 정보만으로 우리집에 어울리고, 소비자 마음에 맞는 가구를 고를 수 있을까? (출처= 네이버 쇼핑)
인터넷 정보만으로 우리집에 어울리고, 소비자 마음에 맞는 가구를 고를 수 있을까? (출처= 네이버 쇼핑)
먼저 정보다. 가구는 옷이나 일반 소비재와 달리 인터넷 정보만으로 구매를 결정하기 어렵다. 옷과 비교해보자. 옷은 정해진 사이즈가 있다. 그래서 내게 맞는 옷은 무엇인지, 얼추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가구는 다르다. 챙겨야 할 것이 많다. 인터넷 정보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 발품 팔아가며 이곳저곳 가구를 보러 다니는 이유기도 하다.

그리고 유통과정이다. 옷은, 인터넷으로 구매해 택배로 받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송한 뒤 환불 받거나 제품을 교환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가끔 반송 택배비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지만, 몇 천원이다. 부담되지 않는 액수라는 뜻이다. 하지만, 가구는 일단 집으로 배송 받는 과정 자체가 어렵다. 가구 배송 업체와 받는 날짜를 잡아야 하고, 배송 기사들이 와서 가구를 설치해줘야 한다. 만약 주문한 가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를 반송하기 위한 비용도 부담된다. 가구 배송 무료 또는 마음에 안들면 반송 무료 라는 서비스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IT동아: 음… 듣고 보니 그렇다. 크기가 작은 협탁이나 의자 같은 것은 모르겠지만…, 침대나 장롱, 쇼파 같은 부피가 크고, 무겁고, 가격도 비싼 제품은 구매하기까지 꽤 번거롭다.

가구 구매를 결제하기 위한 현실적인 어려움 (출처= 하우저)
가구 구매를 결제하기 위한 현실적인 어려움 (출처= 하우저)

심 대표: 그래서 가구를 구매하는 일을 장례식과 비교하는 경우도 있다. 사전체험도 어렵고, 정보도 부족하다. 그나마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서비스는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집꾸미기', '오늘의 집'과 같은 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소비자 개개인의 주거 상황, 소득수준 등에 맞는 가구를 찾고 추천받는 것이 쉽지 않다.

하우저는 사전체험의 어려움, 높은 가격, 긴 구매주기, 정보의 부족 등 가구 구매에 불편한 점을 해결하고자 한다.

하우저의 첫 걸음, 가구 클라우드 인프라

IT동아: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심 대표: 가장 먼저 구축한 것이 '가구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다. 가구가 시중에서 유통되는 판매 과정을 살펴보자.

가구는 크게 제조사와 수입 유통, 2가지에서 시작한다. 이후 완성된 가구 또는 수입한 가구를 보관할 수 있는 인프라(창고, 물류센터 등)가 필요하다. 보관 중인 가구가 판매되면, 이후 배송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장 마지막은 A/S다. 1, 2년 정도의 A/S 관리가 필요하다.

가구 사업의 밸류체인 (출처= 하우저)
가구 사업의 밸류체인 (출처= 하우저)

이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제품 리스트와 배송 나가야 하는 제품 리스트, 가구 배송을 완료한 뒤 설치까지 끝낸 제품 리스트 등 각 실시간으로 유통 단계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업체가 시중에는 거의 없다. 한샘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몇몇 과정에서 아직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중소기업이 이 같은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인력과 자본, 시간이 부족하다.

IT동아: 가구 제조사와 배송 업체, 콜센터, A/S 등의 유기적 연결이 부족하다는 뜻인가.

심 대표: 맞다. 가구 시장은 특성상 진입 장벽이 낮다. 각각의 제품에 특허 보호가 어렵기 때문에 쉽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몇몇 디자인 특허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제품이 있지만, 가구도 유행을 탄다. 1년 지나면 트렌드가 바뀌기 때문에, 특허를 등록해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낮은 진입 장벽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수많은 중소기업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실제로 인테리어 가구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참고로 가구시장은 가정용 가구를 의미하는 인테리어 시장과 사무용 가구 시장으로 나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 같은 비중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하다.

국내 가구 시장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비중 (출처= 하우저)
국내 가구 시장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비중 (출처= 하우저)

문제는 여기서 나타난다. 대기업은 제조뿐만 아니라 보관, 판매, 검사, 배송, A/S 등 전과정에 역량을 발휘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수가 없다. 이에 제조와 수입 등을 통한 제품 생산에 집중한다. 보관, 판매, 배송 등 생산 이후 과정은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가구는 생산보다 이후 과정이 구매만족도에 높은 영향을 끼친다. 즉, 중소기업은 좋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미흡한 이후 과정으로 인해 소비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기 어려워진다. 이는 곧 판매 저하로 이어지고, 악순환이 시작된다.

IT동아: 이해했다. 하우저의 가구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는 중소기업이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구축한 것인가.

심 대표: 맞다. 그래서 좋은 가구만 만들면, 나머지는 하우저가 해결해준다고 알리는 중이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현장에서 하나씩 몸으로 부딪히며 파악했다. 물류 전 과정을 책임진다는 것이,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웃음).

하우저의 가구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PC/웹/모바일 등에 모두 대응한다 (출처= 하우저)
하우저의 가구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PC/웹/모바일 등에 모두 대응한다 (출처= 하우저)


가구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똑같은 크기, 똑같은 디자인의 가구를 본 적이 있는가. 부품, 제품, 상품, 세트 상품 등 각각의 중소기업이 원하는 상품을 입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물류센터에 들어오고 나가는 내역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배송 의뢰-회수-재배송 등의 현장 이슈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우저의 용인물류센터 (출처= 하우저)
하우저의 용인물류센터 (출처= 하우저)

경기도 용인에 최대 1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도 확보했다. 이 물류센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연결할 수 있는 통합 거점 역할을 담당한다.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를 2016년 10월부터 선보인 첫해 240만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7년 약 20억 원, 2018년 약 51억 원으로 성장했다. 올해 매출은 약 150억 원으로 예상된다. 하우저 가구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하고 있는 가구 제조사 및 판매사는 누적 202개이며, 그동안 8만 5,968개의 가구를 판매했고, 월 6,728개의 의뢰를 처리하고 있다(2018년 12월 기준).

하우저의 가구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업체들(누적, 2018년 12월 기준), (출처= 하우저)
하우저의 가구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업체들(누적, 2018년 12월 기준), (출처= 하우저)

중소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워했던 A/S도 우리가 시작했다. 2018년 12월 세팅을 완료했고, 2019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클라우드 인프라, 다음은 데이터

IT동아: 문득 호수 위에 떠 있는 백조의 수면 아래 발은 분주하게 움직인다는 말이 떠오른다.

심 대표: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하우저 배송팀은 총 80팀이다. 이중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배송팀은 40팀으로 1팀은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처리하는 하루 평균 배송 물량은 약 500건(한 집에 가구가 여러 개)이다. 전국 단위의 배송팀을 꾸리고, 배송을 보관 및 판매와 연동하면서 불필요한 동선을 줄이는 등 효율적인 일 처리가 가능해지고 있다. C/S와 해피콜 시스템, 배송 알림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하우저 용인물류센터 (출처= 하우저)
하우저 용인물류센터 (출처= 하우저)

하나씩 업그레이드하면서 소비자와 중소업체, 배송팀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지고 있다. 소비자는 저렴한 배송비로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빠르고 안전하게 가구를 받을 수 있고, 중소업체는 재고 관리와 A/S, C/S, 배송 처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배송팀도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통해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단위 배송이 가능해졌다.

가구를 제주도로 배송하는 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실제로 수도권에 위치한 중소가구사가 제주도에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업체는 대기업 중 몇 군데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중소업체 물량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기에 제주도에도 제품을 배송할 수 있다.

IT동아: 인프라 구축… 다음은 데이터라는 생각이 든다.

심 대표: 맞다. 가구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소업체가 늘어나면서 실제 판매되는 가구 데이터와 실제 가구 사용 데이터 등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앞으로도 계속 쌓인다.

하우저 가구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 (출처= 하우저)
하우저 가구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 (출처= 하우저)

이 데이터들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서울 강남 지역에는 어떤 디자인의 가구가 잘 팔리고, 경기도 성남시에는 어떤 디자인의 가구가 잘 팔리는지 알 수 있다. 서울시 구로구 래미안 아파트 입주민들이 선호하는 가구의 가격대와 디자인 등 자세한 정보도 유추할 수 있다. 유행과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다 못해 특정 지역 소비자에게 '그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이런 가구를 많이 삽니다'라는 추천을 데이터로 알려줄 수 있다.

가구 정보와 배송 정보를 쇼핑몰 기본 데이터와 인구 통계 데이터 등과 쉽게 연동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에 저장, 관리하고 있다. 소비자와 중소기업, 배송팀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하우저가 추구하고 있는 향후 로드맵 (출처= 하우저)
하우저가 추구하고 있는 향후 로드맵 (출처= 하우저)

IT동아: 지금까지 하우저가 구축한 시스템은 B2B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소개했던 마켓플레이스, 이게 다음 목표인 것인가.

심 대표: 소비자와 중소업체를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 물류, A/S, C/S 등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현장에서 어려웠던 불필요한 문제를 해소했고, 가구 및 판매 데이터도 쌓았다. 그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마켓플레이스 구축이 향후 목표다.

다양한 제품의 색상을 비교할 수 있고, 소비자 거실 또는 안방에 설치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우리 동네에서 주로 구매한 가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개인화, 지역에 맞는 추천 및 정보 조회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앞으로도 우리 하우저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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